1월 한 아이의 엄마가 된 후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유선은 ‘퇴마:무녀굴’에서 한층 깊어진 모성애를 드러낸다. 스포츠동아DB
악귀에 씌인 엄마 역…딸 지키려 사투
딸 낳으니 작품 보는 눈이 넓어졌어요
배우 유선(39)은 지난해 1월 첫 딸을 낳았다. 아이를 낳으니 달리 보이는 게 많다고 했다. 연애는 물론 결혼과 출산에 이르는 사적인 영역을, 과거 일부 여배우들은 ‘제약’으로 여기기도 했다. 이제는 분위기가 달려졌다. 현재 유선의 왕성한 활동도 그 증거 가운데 하나다.
유선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란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다”고 했지만, 그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이유는 “마음의 풍요로워짐을 느낄 때”가 많아서다.
“결혼이 연기에 제약이 될 수도 있다는 시선, 인정한다. 결혼하면 엄마 역할만 맡게 될까봐 결혼 미루는 친구들도 봐왔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막상 딸을 낳으니 엄마 역할이 그리 싫지 않다. 작품을 보는 눈도, 역할을 대하는 태도도 넓어지는 기분이다.”
엄마가 된 유선은 더욱 풍성해진 모성애 표현도 가능해졌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퇴마:무녀굴’(감독 김휘·제작 케이프로덕션)에서 드러나는 유선의 절절한 모습이 유난히 공감 가는 이유다.
제목에서부터 분위기가 드러나는 이 영화는 실제 전해오는 제주 김녕사굴 설화에서 출발한다. 악귀에 씐 여인과 그를 돕는 퇴마사가 벌이는 이야기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서양적 성격의 퇴마와 동양적 색채의 무속신앙이 한데 어우러지는 내용은 꽤 입체적이다.
영화 ‘퇴마:무녀굴’에 출연한 유선의 모습. 사진제공|케이프로덕션
유선은 주인공 금주를 연기했다. 거액을 상속받은 미술관장이지만 과거 납치당해 제주의 한 굴에서 석달간 감금당한 비밀스러운 과거도 가졌다. 악귀에 의해 그 성향이 극단적으로 나뉘어 표출되는 인물이지만, 한편으로 하나 뿐인 딸을 지키려고 사투를 벌인다.
“나는 실제 엄마이고 영화에서도 딸을 둔 설정이다. 두려웠다. 연기하면서는 악귀가 내 안에 들어오고 그렇게 몰입해 빠져들어야 했다. 혹시 내 일상에 영화 분위기가 이어질 것만 같았다. 일부러 집에서는 시나리오도 읽지 않았다. 영화와 일상을 차단하려 했다.”
앞서 출연한 ‘이끼’나 ‘검은 집’까지 합한다면 영화에서 그는 밝은 인물보다 음습한 분위기의 역할을 주로 욕심내왔다. 모두 순탄치 않은 삶을 사는 인물들이다. 유선은 “어려운 숙제를 갖고 있는 인물들에게 끌린다”고 했다. “도전하고 싶은 욕구, 할 수 있을까 기대가 겹친다”고도 했다.
유선은 이런 열망을 거둘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최근 절권도 유단자란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은 그는 내심 “남자들과 대등하게 맞붙는 액션 연기”를 꿈꾸고 있다. “와이어 액션도 전문가 수준”이라며 “거뜬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분야를 넓혀 예능프로그램에도 적극 출연할 계획이다. 그 출발은 9월 방송하는 MBC ‘진짜 사나이:여군특집’이다. 혹독한 병영체험을 앞둔 그는 일상에서는 빅뱅의 노래 ‘베베’와 같은 노래나 힙합 혹은 랩까지 즐겨 부르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그렇다고 영화를 향한 마음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퇴마:무녀굴’ 이후 연말에는 황정민과 함께 한 ‘히말라야’를 내놓는다. 얼마 전에는 중국영화 ‘시칠리아 햇빛아래’ 촬영도 마쳤다.
“연기 갈증? 여전하다. 왜 없겠나. 나의 롤 모델은 황정민 선배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아역 연기자부터 소품으로 나오는 음식의 섬세함까지 챙기는 배우다. 그런 책임감을 닮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