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 사진제공|MBC
음원 점령하는 타 음악예능과는 대조적
MBC ‘일밤-복면가왕’은 매 방송마다 화제를 일으키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16일 방송분은 14.5%(닐슨코리아)를 기록할 만큼 시청률도 높다. 17일 CJ E&M와 닐슨코리아가 조사한 8월1주(8월3일∼9일) 파워콘텐츠지수에서도 ‘복면가왕’은 264.9포인트로 252포인트의 ‘무한도전’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연예계 스타들이 숨은 가창력을 뽐내며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다. 프로그램의 힘이 크다보니 반등을 노리는 연예인들이 줄을 설 정도다.
하지만 ‘복면가왕’은 유독 음원차트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18일 오후 4시 현재 멜론 실시간차트 100위권(이하 동일기준)에서 ‘복면가왕’에 소개된 노래는 단 6곡이다. 김연우가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란 이름으로 부른 ‘사랑할수록’의 35위가 가장 높고 나머지 5곡은 모두 50위이하다. 그나마 6곡 중 5곡이 김연우의 곡이어서, ‘복면가왕’의 인기보다는 김연우란 가수의 파워로 보인다.
MBC ‘나는 가수다’나 KBS 2TV ‘불후의 명곡’, 엠넷 ‘쇼미더머니4’ 등 다른 ‘음악예능’에서 공개된 노래가 음원차트 상위권을 점령한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무한도전’의 경우에는 대형 가수들도 ‘무도가요제’를 피해 신곡을 낼 정도로 위력을 발휘한다. ‘쇼미더머니4’의 경우엔 현재 ‘오빠차’ ‘거북선’ ‘온 잇+보스’가 각각 1위와 4위, 8위 등 상위권을 점령할 만큼 인기가 높다.
‘복면가왕’의 음원이 음원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프로그램의 독특한 포맷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복면가왕’ 출연자들의 가창력에 감동하는 것은 ‘나가수’나 ‘불후의 명곡’과 비슷하지만, ‘복면가왕’은 노래 자체에 온전히 몰입하기보다 복면을 쓴 가수의 정체를 맞히는데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시청자의 가슴에 노래는 남지 않는다. 노래는 그저 출연자를 돋보이게 만드는 도구일 뿐이다. 이 때문에 ‘복면가왕’의 음원을 찾아듣는 능동적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다.
음악사이트 멜론의 한 관계자는 18일 “온전히 노래에 집중하고 감동 받는 다른 음악예능과 달리 ‘복면가왕’은 노래 보다 가수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포맷이어서 음원시장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복면가왕’ 제작진 역시 이 같은 현상을 인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 초기에는 음원 서비스를 하지 않았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김연우)의 노래가 화제가 되면서 뒤늦게 음원서비스를 시작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