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투입 고척돔, 주차 공간은 492대?

입력 2015-08-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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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돔. 스포츠동아DB

실제 주차 수용능력은 200여대

경기가 끝나고 게이트 앞에 길게 늘어선 자동차 행렬. 대중적인 인기를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이기도 하다. 삼삼오오 손을 붙들고 경기장을 찾는 가족 나들이객은 KBO리그의 ‘대표 아이콘’이 된 지 오래다. 가족 단위 팬들이 뿌리를 내리면서 남녀노소 프로야구는 누구나 즐기는 가장 보편적인 스포츠가 됐다.

고척돔(사진)은 3000억 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된 한국 최초의 돔 야구장이다. 그렇다면 고척돔은 가족 관람객에게 과연 편안한 야구관람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고척돔 입성을 놓고 넥센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서울시는 고척돔 인근에 위치한 구일역이 있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적극 권하고 있다. 출구가 하나인 동쪽 외에 새로운 서쪽 출구를 마련해 야구장까지 직접 보행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자녀를 둔 가족 단위 관람객, 노인,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그 여정이 결코 만만치 않다. 게다가 고척돔은 서부간선도로와 경인로, 안양천로 등이 근접해 있어 악명 높은 상습 정체구간이다. 버스 등을 이용하기 만만치 않다.

특히 고척돔의 주차공간은 492대로 알려져 있다. 1948년 개장해 삼성이 올해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 있는 대구구장(135대)에만 우위를 점한다. 지난해 1100여대의 주차 공간에 약 47만5000대가 드나든 목동구장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고척돔이 최대 1만8000명의 관중을 소화할 수 있고, 최신식 구장을 자랑하면서도 정작 팬들의 편의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당초 아마추어 전용구장으로 삽을 떴다가 수 차례 용도 변경을 통해 현재의 모양을 갖췄지만, 주차 시설은 프로야구를 치르기엔 낙제 수준이다. 도심 빌딩보다 못한 주차 규모로 만원 관중의 부푼 꿈을 꾸는 서울시의 청사진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문제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큰 도로를 옆에 끼고 있어 공간이 없다. 바로 옆 안양천변을 활용할 수 있지만 구로구는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체증이 더욱 악화될 게 뻔하고, 그로 인한 경제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야구 관람객에게 전부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프로야구가 열린다면, 고척돔 상주직원 및 구단 프런트, 취재진 등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이용하는 주차장을 제외하면 주차 면은 200대 가까이 줄어든다. 여기에 수영장 및 체육시설 이용 고객들의 주차 편의도 돌봐야 한다. 관람객이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은 200대 안팎으로 보인다. 고척돔은 예상 관중 설정부터 하기 힘든 형편이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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