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임창용 “아직 힘이 충분…매일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

입력 2015-08-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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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창용은 1995년 해태에서 데뷔해 어느덧 베테랑 투수가 됐다. 불혹의 나이지만 올 시즌에도 한·미·일 리그를 거쳐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력뿐 아니라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좋은 선배로 팀 마운드를 묵묵히 받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삼성 마무리 임창용

롱런의 비결? 눈치 안보고 쉬고 싶을땐 쉬어야
목표? 블론세이브 줄이기…작년보다 줄어 다행
우승 세리머니? 지만이가 니킥 날릴 것 같은데…

삼성 임창용(39)은 어느덧 프로 21년 차다. 1995년 해태에서 데뷔해 삼성을 거친 뒤 일본 야쿠르트와 미국 시카고 컵스를 두루 돌아 지난해 다시 삼성으로 왔다. 그 사이 마냥 앳되던 고졸 신인 투수는 불혹의 베테랑이 됐다. 여전히 20대 못지않은 패기가 넘치지만, 어느새 후배들을 먼저 챙기고 돌아보는 여유도 넉넉히 쌓였다. 그래서일까. 윤성환부터 차우찬, 심창민까지 연차와 보직을 막론한 삼성의 후배 투수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임창용 선배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증언해왔다.

그래서 스포츠동아는 좋은 투수 이전에 좋은 선배인 ‘사람’ 임창용을 만나 보기로 했다. 다행히 이 인터뷰에는 최고의 대변인이 자리를 함께 했다. 임창용의 매니저(?)를 자처하는 후배 투수 안지만(32)이다. 임창용이 편안한 목소리로 후배들에 대한 애정과 바람을 들려주는 동안, 안지만은 가까이에서 본 대선배의 진면목에 대해 익살스러운 해설을 곁들였다.


-이제 올 시즌이 30경기 남짓 남았네요.

“아직 힘이 많아요. 지금 너무 편안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나갈 때는 연달아서 쭉 나가는데, 쉴 때는 또 연달아서 쭉 쉬니까 6∼7월에는 진짜 내가 관중이 된 것 같았다니까.(웃음) 여름이라도 컨디션이 좋으니까 매일 나가고 싶은데, 그렇다고 지고 있는 경기에 막 나갈 수도 없고. 나갈 상황이 안 되니까 속으로 좀 아쉬웠죠. 요즘은 다시 선수 같네요.(웃음)”


-올해는 지난해보다 여러모로 안정적인 시즌이죠.


“아무래도 작년엔 블론세이브(9개)를 많이 해서, 개막 전부터 꼭 줄이겠다고 마음먹었거든요. 블론세이브를 하면 일단 팀에 미안한 마음이 첫 번째고, 그 다음에는 내 스스로 화가 나요. 그래도 다음 경기 생각하면 또 빨리 떨쳐 버려야 되니까, 미안해도 괜찮은 척도 해보고 그랬네요. 목표대로 블론세이브(25일 현재 3개)가 많이 줄어들어서 다행이죠.”


-그러고 보니 투수들이 시도 때도 없이 경기에 나가던 시절부터 지금처럼 관리를 잘 받는 시대까지 다 겪어 보셨군요.

“아무래도 지금은 분업화가 다 돼 있으니까 훨씬 편하게 할 수 있죠. 나 어릴 때는 선발투수만 정해져 있지, 불펜이나 마무리투수 개념이 거의 없었잖아요. 그런데 그때는 내가 바보였던 것 같아요. 스스로 쉬어갈 때는 쉬어가야 했는데, 내가 던지면 못 치고, 내가 던지면 이기니까, 던지는 게 마냥 재미있어서 매일 나가고 싶었거든요. 그러다가 (오른쪽 팔꿈치를 가리키며) 여기가 고장 났지.(웃음) 그래도 당시는 선수층이 얇아서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내가 감독이었어도 그렇게 했을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터득한 몸 관리 비법을 후배들에게 전수했나요.

“요즘 투수들은 처음부터 알아서 관리를 잘 하니까, 얼마든지 나보다 더 오래 할 수 있어요. 몸 관리는 생각 없이 그냥 하면 돼요. 나도 특별할 게 없어서.”

가만히 듣고 있던 안지만이 이 순간 ‘타임’을 걸었다. “특별한 게 왜 없어요. 매니저가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이 다르죠. 코치님들께 제가 창용이 형 몸 상태를 잘 보고하고 있습니다.” 한 차례 폭소가 터졌다. 안지만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나도 나이가 적지 않지만, 창용이 형을 따라 다니면서 보고 배워서 지금 이 정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과 미국에서 배워온 노하우를 많이 알려주셨다. 무엇보다 나이를 먹으면 운동은 스스로 알아서 꾸준히 해야 한다고 늘 말씀 하신다”고 역설했다.


-후배는 비법이 있다고 얘기하네요.


“음. 그냥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안 거르고 운동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나도 어릴 때는 몰랐죠. 놀 땐 놀고, 운동할 때도 놀고. 그런데 일본에서 5년, 미국에서 1년 반 있어 보니 한국과 많이 달랐어요. 운동하는 방식도 그렇고, 선수들의 생각도 그렇고. 거긴 선수가 원하고 찾아서 운동하지 않으면 안 시켜요. 부족한 게 있으면 내가 알아서 하게 되죠. 그게 나한테는 편하고 맞는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피해야 할 게 있다면요?

“이건 정말 확실하게 깨달은 건데, 하기 싫을 때는 안 해야 돼요. 정말 힘들고 컨디션도 안 좋은데 눈치 보느라 참고, 시키니까 참고 하면서 부상이 오는 거예요. 정말 쉬고 싶을 때는 편하게 쉬어야 부상이 없어요.”


-그렇다면 몸 관리 말고 후배들에게 ‘롤 모델’로 꼽히는 비법도 있나요?

“애들이 그래요? 에이. 내가 없었어도 원래 잘 했을 선수들이에요. 전 좋은 선배라기보다 그냥 편한 선배죠.”

이쯤 되면 다시 ‘매니저’가 나설 차례다. 안지만의 증언이 이어졌다. “선후배 관계를 떠나 사람을 사람으로서 대하세요. 정말 걱정이 돼서 걱정을 해주고, 배고플까 싶어서 배고프냐고 묻고, 배고프다 하니까 밥 사주고. 그렇게 먼저 마음을 보여주시니까 저도 마음으로 다가가는 거죠.” 그리고 또 한 가지. 안지만은 “다른 팀 투수들도 창용이 형이 과묵하니까 무서워하다가, 막상 말을 나눠 보면 생각보다 따뜻해서 놀랐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 귀띔했다.


-처음에는 후배들이 어려워했죠?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좀 나니까요. 어린 선수들은 말 한 마디 거는 데 시간도 걸리고, 날 무서워하더라고요.(웃음) 나도 말수가 없는 편이기도 하고. 그래도 후배들이 언제든지 다가와서 말을 걸면 난 늘 좋아요. 윤성환이나 안지만처럼 잘 된 후배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후배들도 다 내 후배잖아요. 선을 안 긋고 다 잘 해주고 싶어요. 사실 작년에는 팀에 오랜만에 왔더니 얼굴들이 많이 바뀌어서 좀 어색했는데, 지금은 안지만 덕분에 적응 다 돼서 한결 편해요.”


-요즘 후배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우리 투수들이 다 같이 잘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서로 더 열심히 하고, 서로 더 잘 하려고 하죠. 나도 어릴 때는 속으로 앞에 다른 투수가 나가면 ‘(안타) 맞아라, 맞아라’ 했어요. 나도 마운드에 올라가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앞 투수가 내려와야 나에게도 기회가 오니까. 그런데 해태가 너무 많이 이겼어요.(웃음) 언제 나갈까 기다리다가 포기하기도 하고, 그랬죠.”


-그러면서 더 강해지는군요.

“지금 후배들도 그런 마음이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마운드를 가리키며) 저 위에서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을 항상 기다리는 마음, 그리고 그런 기회를 더 많이 잡기를 바라는 마음. 그러려면 언제든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경기를 보면서도 늘 준비해야죠.”

-마지막 질문은 번외 편입니다. 작년에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를 처음 해봐서 어색하셨다고 했죠. 올해도 그런 순간이 온다면?

“아무래도 안지만한테 맞을 것 같은데요. 이번 올스타전 때도 안지만이 가장 먼저 달려 나와서 니킥을 날렸다니까요. (안지만이 ‘제일 빨리 나가야 사진에 찍혀서 그런다’고 농담하자 웃음을 터트리며) 올해도 세리머니는 하나 만들어 봐야 될 것 같죠? 한국시리즈 3승 먼저 하고 생각해야지.”


● 삼성 임창용은?

▲생년월일=
1976년 6월 4일

▲출신교=대성초∼진흥중∼진흥고

▲키·몸무게=180cm·75kg(우투우타)

▲프로 입단=1995년 해태 고졸 우선지명
▲경력=
1995년 해태∼1999년 삼성∼2008년 야쿠르트∼2013년 시카고컵스∼2014년 삼성

▲2015년 연봉=5억원

▲2015년 성적=39경기,4승2패, 24세이브, 46탈삼진, 방어율 2.54(39이닝 11자책점)

▲KBO리그통산성적=622경기, 113승72패,223세이브, 방어율 3.31(1539.1이닝566자책점)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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