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FA’는 팀에 보약이 아니라 계륵이다!

입력 2015-08-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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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박정권-채병용(오른쪽). 스포츠동아DB

FA 모두 잡은 SK, 올 예비 FA 선수도 부진
작년 롯데 예비 FA 5명, 최악 시즌 후 이적

“우리 팀에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둔 선수가 몇 명입니까? 따로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 동기부여가 잘돼 있으니 올 시즌 우리 팀은 두고 볼 만할 겁니다.”

해마다 시즌 전망을 할 때, 예비 FA를 대거 보유한 팀들이 자신감으로 충만해 내놓는 장밋빛 전망이다. 바깥에서도 이런 관점에 동조하는 편이다. 그러나 2014년 롯데, 2015년 SK의 사례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예비 FA 효과’가 존재나 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오히려 팀 케미스트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가져야 할 판이다.

SK는 2014년 최정, 김강민, 조동화, 나주환, 이재영 등 자체 FA 5인을 모두 잡았다. 2015년 대권을 탈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미 2014시즌 SK는 5위에 머물렀다. 실패한 시즌이었음에도 SK는 기존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하면 우승권에 근접할 줄 알았다. 박정권, 정상호, 박재상, 정우람, 윤길현, 채병용 등 차기 FA들의 모티베이션도 플러스 요인으로 측정했다.

그러나 시즌이 뜻대로 안 풀리며 FA 선수들과 비FA 선수들 사이에 미묘한 균열이 발생했다. 이미 FA 계약을 한 선수들 중 일부는 구단과 팬이 대형계약에 배신감을 느낄 만큼 저조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아프다고 빠지기 일쑤였다.

FA를 앞둔 선수들이라고 경기력을 받쳐주진 못했다. 이들 역시 일생일대의 대박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는지라 출장 경기와 개인 성적에 초연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감독, 코치도 이런 측면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이러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갔다.

지난해 롯데도 FA 강민호, 강영식을 잔류시키고 외부 FA 최준석을 영입한 데다 장원준(두산행), 김사율, 박기혁, 장성호(이상 kt행), 이우민 등 예비 FA만 5명을 보유해 시즌 전 우승 후보로 꼽혔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언젠가부터 구단들은 예비 FA부터 프리미엄을 쳐주며 연봉을 듬뿍 얹어주고 있다. ‘FA로이드’를 바라며 미리 ‘우리 선수니 넘보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례를 보면 예비 FA는 무조건 플러스 전력이 아니라 굉장히 다루기 민감한 존재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이제 KBO리그에도 메이저리그처럼 예비 FA가 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장기계약을 끌어내거나 트레이드를 감행할 수 있는 프런트의 역량이 요구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KIA처럼 팀에 절실한 핵심인재라면 모기업의 자존심을 걸고 잡아야 하겠으나, 아니라면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구단 살림살이도 효율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세상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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