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스크린 ‘브로 콤비’가 이끈다

입력 2015-09-03 07:0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다. 추석을 앞둔 극장가에 ‘남남 커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서부전선’의 설경구·여진구, ‘사도’의 송강호·유아인, ‘탐정 :더 비기닝’의 성동일·권상우(왼쪽부터 시계방형으로). 사진제공|타이거픽쳐스·하리마오픽쳐스·크리픽쳐스

송강호·유아인 ‘사도’, 영조와 사도세자 대립
설경구·여진구 ‘서부전선’, 두 병사의 연민
성동일·권상우 ‘탐정’, 만화방주인과 형사

가을 스크린은 남자배우들의 몫이다.

이달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이 일제히 ‘남자 대 남자’의 대결을 내세운다. 16일 개봉하는 사극 ‘사도’의 송강호와 유아인을 비롯해 나란히 24일 관객을 만나는 ‘서부전선’의 설경구와 여진구, ‘탐정:더 비기닝’의 성동일·권상우가 활약을 준비 중인 주역. 각 영화의 흥행 성적 및 평가와 별개로 투톱 주연으로 나선 이들의 콤비 플레이는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대립’…송강호 VS 유아인

40대와 20대를 대표하는 배우의 격돌이다.

17일 개봉하는 ‘사도’(제작 타이거픽쳐스)의 송강호와 유아인은 조선시대 절대 권력을 완성하려는 영조와 그의 아들 사도세자로 만난다. 고증을 거쳐 당대를 재연한 제작 규모 뿐 아니라 연출자 이준익 감독의 무게감까지 더해져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힌다.

송강호는 명실상부한 충무로 대표 배우. 그에 맞선 유아인은 최근 ‘베테랑’에서 인정받은 연기 변신으로 어느 때보다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두 사람은 팽팽한 긴장을 한 순간도 풀지 않고 이야기를 완성했다. 이들의 불꽃 대결에 기대를 넘어 호기심까지 쏠리는 이유다.

송강호는 유아인을 향해 “그 나이대에 이루기 어려운 대배우의 모습이 엿보인다”고까지 했다. 대결에 나선 유아인의 부담은 상당했다. 그는 “신뢰를 줘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촬영현장의 공기를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촌스러운 욕망으로 연기에 몰입했다”고 돌이켰다. 이준익 감독은 “두 사람 모두 영화 속 인물에 맞추려 하지 않았다”며 “그 배우 자체를 영조이자 사도세자로 여겼다”고 밝혔다.

‘연민’…설경구 VS 여진구

나이 차이가 스물아홉이다. 그런데도 세대차이는 “문제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설경구와 여진구는 24일 개봉하는 ‘서부전선’(제작 하리마오픽쳐스)으로 손을 잡았다.

한국전쟁이 배경인 영화에서 설경구는 농사짓다 전쟁터로 끌러온 국군, 여진구는 엉겁결에 총을 잡은 북한군 병사 역을 나눠 맡았다. 부자지간으로 출연하는 게 더 어울릴 법하지만 영화에서는 나이를 불문한 친구로 맺어진다. 전쟁이란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두 병사가 갖는 연민, 그렇게 피어나는 휴머니즘을 담았다.

설경구는 출연 제의를 받고 상대역으로 곧장 여진구를 지목했다. “다른 연기자가 생각나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앞서 ‘내 심장을 쏴라’를 통해 발군의 실력을 드러낸 여진구는 이번 영화로 전쟁블록버스터에 처음 도전한다. 천성일 감독은 “가장 비범한 시대에 놓인 가장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동지’…성동일 VS 권상우

반전의 콤비다. 좀처럼 비슷한 면을 찾기 어려운 성동일과 권상우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파트너로 만난다. 24일 개봉하는 ‘탐정:더 비기닝’(감독 김정훈·제작 크리픽쳐스)을 통해서다. ‘사도’와 ‘서부전선’이 다소 묵직한 소재라면 ‘탐정’은 작정하고 웃기려는 코미디다.

영화는 만화방 주인 권상우와 베테랑 형사 성동일이 손을 잡고 미제 사건을 해결해가는 내용. 두 사람은 그동안 쌓은 이미지를 털어내고 서슴없이 망가졌다. 특히 “사니리오를 받자마자 바로 계약서 사인하자고 달려갔다”는 권상우의 적극적인 참여와 과감한 변신이 시선을 끈다.

성동일은 그런 권상우를 만나기 전까지 “선입견이 있었다”고 했다. “왠지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였지만 실제 겪어보니 시골 5일장 같은 느낌의 배우”라며 “그동안 발랐던 올리브유를 쫙 빼고 들기름을 바른 것 같다”고 기대를 걸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