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일일연속극 ‘서울뚝배기’ 첫 방송

입력 2015-09-03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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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9월 3일

한 편의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를 모은다면 거기엔 다양한 요소가 힘을 발휘한 덕분이다. 탄탄한 극적 구성의 스토리 자체 혹은 특정 캐릭터의 강렬한 매력, 맛깔스럽거나 귀에 쏙쏙 박히는 대사의 힘일 수도 있다. 연기자들의 열연도 시청자의 시선을 모은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야 비로소 드라마는 큰 인기를 확보할 수 있다.

대사는 일정한 유행어를 낳기도 한다. 1990년 오늘 첫 방송한 KBS 1TV 일일연속극 ‘서울뚝배기’(사진)가 그 대표적인 드라마 가운데 하나다.

‘서울뚝배기’는 3대째 이어온 한 설렁탕집을 무대로 펼쳐진 그 주인 가족들과 종업원들의 이야기. 상경한 한 청년과 설렁탕집 딸의 사랑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에는 오지명, 최수종, 도지원, 길용우, 서승현 등이 출연했다.

특히 극중 설렁탕집 종업원인 주현과 이웃 카페 마담인 역의 김애경은 당대 최고의 유행어를 낳은 주역이었다. 주현은 방송 두 달여 만에 “∼걸랑요” 투나 “지가요”(제가요) “짜샤!” 등 대사로 시선을 모았다. 그의 대사는 이후 고향인 서울 금호동을 인용한 일명 ‘금호동 사투리’로 불렸다. 엉뚱한 언행으로 ‘서울뚝배기’의 시청자에게 웃음을 안긴 그는 덕분에 극중 비중을 늘리는 힘을 발휘했다. 김애경은 콧소리 가득한 목소리로 “실례합니다∼!”를 연발해 또 다른 웃음을 안겼다.

‘서울뚝배기’는 대본을 집필한 김운경 작가 특유의 솜씨가 가득했던 무대였다. 그는 이후 한석규와 최민식이 주연한 MBC 주말극 ‘서울의 달’ 등을 통해 재능을 또 다시 과시했다.

‘서울뚝배기’는 그해 한국조사개발원이 서울을 비롯한 8개 도시의 남녀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인기 프로그램 조사에서 1위(지방)를 차지하기도 했다. 프로야구와 축구 중계방송 등으로 결방되는 날이면 제작진은 시청자의 항의전화에 시달려야 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 인기 만큼 서민들의 애환을 다룬다는 당초 기획의도에서 멀어졌다는 비판도 받았다. 시청률만을 중시해 코믹한 설정과 스토리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서울뚝배기’는 2008년 원작의 조연출자였던 이덕건 PD 연출로 리메이크작인 ‘돌아온 뚝배기’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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