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기성용 “레바논은 없다”

입력 2015-09-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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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 기성용. 스포츠동아DB

■ ‘첫 레바논 원정’ 기성용의 다짐

“동료들로부터 ‘만만치 않다’는 얘기 들어”
‘아시아 그 이상’ 목표…홈 텃세 극복 각오

축구대표팀의 ‘캡틴’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아주 특별한 원정에 나섰다.

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시돈의 사이다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레바논과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3차전 원정경기를 치른다. 최근 번번이 아쉬움을 안긴 레바논 적지에서 승리해야 월드컵 본선을 향한 행보가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

2년여간 이어질 긴 월드컵 여정 속에서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의 전폭적 신뢰 속에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찬 기성용에게 시선이 모아진다. 9월 소집된 태극전사들 가운데 그는 가장 많은 A매치에 출전했다.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라오스와의 2차전까지 총 75경기에 나서서 5골을 넣었다.

그런데 기성용은 아직 단 한 번도 레바논 원정을 경험하지 못했다. 2011년 9월 2일(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6-0 승)과 2012년 6월 12일(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3-0 승)에 출전했지만 모두 안방 승부였다. 2011년 11월 15일(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1-2 패)과 2013년 6월 4일(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1-1 무) 원정경기에는 나서지 못했다. 2011년에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한 탓에 어지럼증과 컨디션 난조로, 2013년에는 경고누적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한국축구대표팀. 스포츠동아DB


동료들의 뼈아픈 패배와 안타까운 무승부를 지켜만 봐야 했던 기성용으로선 완전히 새로운 틀로 꾸려진 ‘슈틸리케호’와 한국축구에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는 각오다. 라오스전을 앞두고 대표팀 훈련캠프에 합류했을 때도 ‘레바논 원정’의 특별함을 역설했다.

“중동 원정이 쉬운 적이 없다. 레바논과는 (내가 대표팀에 있을 때) 1승2무1패로 압도하지 못했다. 레바논에 가본 적이 없어 확실히 모르지만 동료들로부터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더욱 집중해야 한다.”

실제로 레바논은 홈 텃세가 굉장하다. 중동 특유의 광적인 응원 문화, 불편한 교통은 둘째로 치고 담배꽁초가 널려있는 푹푹 패인 그라운드 때문에 정상적인 실력을 발휘할 수 없게 하는 데다, 관중은 상대 선수들의 눈을 향해 레이저를 쏘며 플레이를 방해한다. 월드컵 예선을 총괄하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이를 주관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항의해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공허한 약속을 남길 뿐이고 변함은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결전 장소가 4만 관중 수용이 가능한 베이루트 도심 한복판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이 아닌, 40여km 떨어진 소도시 시돈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불안한 레바논 정세에서도 한 걸음 벗어날 수 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레바논은 툭하면 넘어져 한참 시간을 끄는 ‘침대축구’로 정평이 나 있다. 먼저 실점하면 이는 더욱 심해진다. 그만큼 상대를 다급하게 만든다. 확실한 중원 조율과 강한 압박이 동시에 이뤄져야 홈 어드밴티지의 레바논을 괴롭힐 수 있다. 이미 ‘아시아 그 이상’을 바라본 기성용이다. “유럽과 남미 등 강호들과 대등하게 싸우고 앞설 수 있는 대표팀이 돼야 한다”며 확실한 실력 발휘를 예고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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