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훈 “어떤 보직이든 상관없다”

입력 2015-09-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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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양훈. 스포츠동아DB

1127일만에 승리…“1군 복귀 과정 소중한 경험”

“그런 긴장감을 느낀 게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넥센 양훈(29·사진)은 모처럼 몸속에서 긍정적 긴장감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오래 기다리고 준비했던 순간이 다시 눈앞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양훈은 넥센이 연승행진을 이어가던 4일 대전 한화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팀이 2-4로 쫓아간 3회말 1사 2·3루서 마운드에 올라 상대 3·4번 타자를 각각 삼진과 1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잡아냈다. 6회 정근우에게 좌월솔로홈런을 맞았을 뿐, 7회까지 3.2이닝을 4안타 1홈런 1탈삼진 1실점으로 버텨냈다. 그 사이 차근차근 쫓아간 넥센은 결국 4-5였던 8회초 2점을 뽑아 역전승을 거뒀다. 양훈에게는 2012년 8월 3일 대전 SK전 이후 1127일만의 승리. 참으로 귀중한 공 39개였다.

2005년 입단 후 한화 마운드에서 늘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양훈은 지난 2년간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를 했다. 지난해 2군 북부리그 다승왕에 올랐을 만큼 충실한 시간도 보냈다. 그는 복귀 직후 “2년 동안 2군에서 야구를 하다 보니 빨리 1군에서 던지고 싶다는 간절함이 많이 생겼다. 군인선수 말고 진짜 프로선수로서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즐거움을 느끼기 전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개막 직후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체중을 많이 줄이면서 무너졌던 밸런스와 구위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 그렇게 길고 지루한 준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양훈은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양훈을 후반기 조커로 활용하고 싶다”던 염경엽 감독의 바람도 조금씩 현실이 되려 하고 있다. 양훈은 “군대에 다녀와서 너무 오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그동안 주변 분들께 죄송하고 답답했다. 오랜만에 중요한 상황에 등판하니 몸이 다 떨릴 정도였다”며 “남은 시즌 동안 어떤 보직이든 팀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게 지금의 내 희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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