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박해민 “슈퍼캐치? 한두 번 잡다보니 자신감 붙었죠”

입력 2015-09-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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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해민은 숫자로는 표시되지 않지만 수비, 주루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육성선수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1군 선수를 뛰어넘어 리그 최고의 수비력과 발을 갖춘 외야수로 성장해 당당히 프리미어 12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삼성 박해민

“좋은 수비 후 투수들과 하이파이브 뿌듯
장점은 살리고 타격도 계속 채워나갈 것”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그러나 때로는 기록이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는다. 삼성 외야수 박해민(25)의 존재감이 그렇다.

박해민의 플레이는 숫자나 글만으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눈으로 직접 봐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박해민이 달리기 시작하면 그라운드에는 다른 종류의 바람이 분다. 희생번트가 번트안타로 둔갑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또 박해민이 몸을 던져 잡아내는 타구 하나에 경기의 흐름이 미세하게 바뀐다. 삼성 선발투수들이 경기 도중 중견수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는 장면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올 시즌 박해민의 활약에는 단순히 도루 하나, 플라이아웃 하나로 설명하기 힘든 영향력이 있다.

그런데 이런 박해민도 알고 보면 육성선수 출신이다. 두산 김현수나 넥센 서건창만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양대를 졸업하던 2011년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던 아픔이 있다. 그는 “4학년 때는 성적을 제법 냈지만, 1∼3학년 때 워낙 좋지 않고 수비도 그저 그랬기 때문에 한 해 반짝 잘한 것으로는 지명되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한때는 세 자릿수 등번호가 두 자릿수로 바뀌는 게 소원이었던 그는 이제 삼성 류중일 감독은 물론 다른 팀 외야수들까지 인정하는 ‘슈퍼캐치’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나 박해민은 육성선수 ‘신화’라는 단어에 손사래부터 쳤다. “이 자리까지 올라와서 지금 1군에서 계속 뛰고 있다는 건 좋은 본보기가 되겠지만, 앞으로 몇 년 간 더 꾸준히 잘해야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다”며 “굳이 최고가 아니더라도, 그라운드에서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다. 더 열심히 뛰면서 후배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좋은 일 같다”고 말했다.

박해민은 지금 단순히 ‘1군 선수’를 넘어 리그 최고의 수비력과 발을 갖춘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그의 무기였던 수비와 도루가 올 시즌에는 더 일취월장했다. 박해민은 그 비결을 다름 아닌 ‘자신감’으로 꼽았다. “시즌 초반에 많이 뛰다가 중반쯤 도루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 아웃될까봐 무섭다는 생각을 이겨내고 한 번, 두 번씩 뛰면서 자신감을 되찾은 것 같다”며 “수비 역시 스프링캠프 때 준비를 많이 했지만, 시즌 초반에 좋은 수비들이 나오다보니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이 정도 타구는 잡을 수 있겠구나’ 하는 감이 잡히면서 수비범위가 넓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박해민은 자신의 장기를 살려 꾸준히 스스로의 자리를 지켜나갈 생각이다. 그는 “좋은 캐치를 하고 나서 투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면 거기서 뿌듯함을 느끼고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며 “앞으로 수비, 주루플레이, 번트 같은 내 장점을 살리고 부족한 타격을 계속 채워나가면서 경쟁력을 살리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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