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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DA:다] ‘맨 오브 라만차’, 인간이기에 꿈꿔야 하는 숙명

입력 2015-09-09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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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오.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가리라”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의 가사 中

1막 마지막 장면에서 돈키호테가 여관의 하녀 알돈자를 향해 그리고 자신 그리고 관객들을 위해 부르는 '이룰 수 없는 꿈'은 '맨 오브 라만차'의 주제이다. 늘 꿈과 이상을 향해 달려가던 돈키호테는 10년이 지나도 우리에게 여전히 '도전하고 꿈꾸라'고 말한다.

스페인의 유명 작가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한국에서 10주년을 맞이해 다시 무대에 올랐다. 교회에 세금을 부가했다가 신성 모독의 죄로 수감 생활을 해야 했던 세르반테스는 지하 동굴감옥에서 재판을 기다린다. 그러다 다른 죄수들에게 빼앗긴 '이야기책'을 돌려받기 위해 자신을 변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에 세르반테스는 노인 '돈키호테' 분장을 해 이야기로 자신을 변론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 현실과 이상, 관점, 그리고 '존재'라는 소중함


'극'과 '극 중 극'이 교차돼 진행되는 '맨 오브 라만차'는 '현실'과 '이상'을 보여주며 그 속에서 잃지 말아야 할 '꿈'과 '도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알론조 영감이 자신을 '돈키호테'라 칭하며 갑옷과 투구를 하고 산초와 함께 라만차의 기사작위를 얻기 위해 길을 떠난다. 가는 도중 만난 '풍차'를 '괴물'이라고 하며 달려들고 '여관'을 '성'이라하고, '여관주인'을 '영주님', 게다가 '하녀 알돈자'를 '숙녀 둘시네아'라고 믿는 '돈키호테'의 관점은 '이상'에 가깝다. 현실 속에 있는 관객과 여관 손님들은 처음엔 비웃지만 '산초'를 시작으로 '둘시네아' 그리고 관객들은 그가 말하는 이상적인 세상에 빠져든다.

우리가 보고자 하는 대로 보인다고 말하는 '돈키호테'는 관객들에게 시각의 변화를 주는 가운데 존재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하녀'이자 '창녀'인 '알돈자'는 자꾸 '숙녀'로 부르는 '돈키호테'를 처음엔 거부하지만 점점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비록 그것을 아는 동시에 알돈자는 집단유린을 당하고 알론조 영감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을 만나는 비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알론조'와 '알돈자'가 아닌 '돈키호테'와 '둘시네아'로 '극 중 극'이 마무리 되고 극중에선 세르반테스가 죄수들에게 "우리 모두가 라만차의 기사들입니다"라며 종교재판을 받으러 가는 모습에서 다시금 '꿈꾸라'는 작품의 메시지를 강조한다.

현실에 부딪혀 꿈을 이루기는커녕 꿈조차 꿀 수 없는 우리들에게 '늘 꿈꾸라' 말하는 이 작품이 끊임없이 사랑받는 이유는 인간은 늘 꿈을 꾸는 존재이며 그것을 향해 달려가야만 하는 운명을 지녔기 때문이 아닐까. 이 메시지와 함께 더해지는 귀에 꽂히는 음악, 완벽한 스토리의 전개는 10년이 지나도 부족함 없는 뮤지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능글능글' 조승우. '천의 얼굴' 김호영 그리고 '존재감 발휘' 린아

주연을 맡은 조승우는 여전히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매력을 뿜는다. 동시에 작품의 무게의 균형을 맞춰준다.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를 오가는 그는 연기로 묵직함을 전하는 동시에 그 무게를 덜기도 한다. 산초와 함께 여정을 하는 도중 구부러진 칼을 빼는 모습이나 도둑들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은 능숙하다 못해 능글맞다. 하지만 반대로 진중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때는 극의 진실함을 연기로 더한다.

새로 '산초'역을 맡은 김호영은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관객들에게 나섰다. 그 동안 '라카지', '프리실라' 등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였던 김호영은 '돈키호테'를 따라다니며 충성하는 '산초' 역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주로 '여장'을 한 연기에서 주목 받은 그는 혹시나 하는 우려를 완벽히 씻어내고 '천의 얼굴'을 증명해냈다.

'알돈자' 역을 맡은 린아 역시 존재감을 오롯이 빛낸다. 이번 공연으로 '맨 오브 라만차'에 도전하는 린아는 끝자락 인생을 살며 상처투성이로 살아온 '알돈자'에서 자신의 존재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돈키호테'가 자신을 부르던 '둘시네아'로 살아가길 정하는 한 여성의 성장 이야기를 차분히 나타낸다. 11월 1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문의 1588-5212


총평. '스테디(Steady)'한 명작의 메시지가 주는 힘은 영원하다 ★★★★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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