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나와 닮은 사도세자…그 청춘을 그리고 싶었다”

입력 2015-09-10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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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에 이어 ‘사도’로 다시 관객을 찾는 유아인. 아버지의 손에 죽은 조선시대 왕자 사도세자 역을 맡은 그는 “왜 아무도 인간으로서 사도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을까 궁금하다”고 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유아인이 말하는 영화 ‘사도’

사도세자가 들어간 뒤주는 음지의 집약
아웃사이더 캐릭터에 익숙한 나와 닮아
내가 만든 삶의 주인이 나였으면 좋겠다

유아인(29)은 막힘이 없었다. 신념을 밝히는 데도 당당했다. 최근 스크린에서 보여준 당찬 활약, 실제로는 그 이상이다.

올해 한국영화를 대표할 만한 ‘1인’으로 유아인을 꼽는 데, 주저함을 갖기 어렵다. 최근 1200만 관객을 모은 ‘베테랑’의 성공, 16일 개봉하는 ‘사도’(감독 이준익·제작 타이거픽쳐스)에서 폭발한 카리스마 때문만은 아니다. 작게는 ‘연기’에서부터 넓게는 ‘삶’에 이르기까지 그는 자신에게 늘 ‘왜’라고 묻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멈추지 않는 듯 보인다.

“저는 사도의 편이에요.”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비극적인 운명의 주인공,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스크린에서 펼쳐내는 과정에서 유아인은 “철저하게 사도의 편에 섰다”고 했다. 실제 자신과 아주 흡사했기에 이해하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았다. 그래서 “‘베테랑’의 재벌 3세 조태오나 ‘밀회’의 선재보다, 내 안에서 더 빨리 꺼낼 수 있었다”고 했다.

“쉽게 표현하면, 아웃사이더 느낌의 인물을 주로 해왔고 관심도 있다. 밝은 곳보다 그림자 속 음지의 인물을 그려왔다. 사도가 들어간 곳, 뒤주다. 그처럼 집약적인 음지가 있겠나. 그곳에 들어간 세자 그리고 청춘을 그리고 싶었다. 그도 청춘이지 않나.”

‘사도’를 관통하는 감정은 ‘비극’이다. 아들을 죽인 아버지인 왕 영조(송강호), 기꺼이 그 운명을 받아들인 아들 사도세자에 관한 서사다. 유아인은 “사도는 결국 당연한 자신의 운명으로 걸어 들어갔다”며 “아버지에게 조금만 순응하지 그랬냐고? 사도를 연기하는 내가 부모 입장을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고 했다.

“현실에 대입해보자. 모두 장차 대통령이 될 게 아니면서도 대체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를 하며 살아가나. 하물며 사도는 왕이 될 사람이다. 얼마나 혹독한 과정이었겠나. 왜, 누구도, 한 인간으로서 사도를 바라보지 않았을까. 태생은 물론 성향까지도 아버지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면…. 당연히 ‘왜’라는 의문을 품지 않았을까.”

제작진은 처음부터 사도세자 역으로 유아인을 떠올렸다. 구상은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아직 관객의 평가가 남았지만 흥행 성과와 무관하게 유아인은 ‘사도’를 통해 배우로서 또 다른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증명했다.

“난 원래 세속적인 애가 아닌데. 요즘은 여러 수치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하하! 20대를 전부 배우로 살아왔다. 20대의 끝을 맺는 작품이 ‘사도’다. 그것에 담은 의미가 크다.”

유아인은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부담은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베테랑’도, ‘사도’도 그랬다. “하면 되지 뭐, 할 수 있어” 하면서 달려들었다. 그래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무대 공포증이랄까. 오들오들 떤다. 카메라 앞에서 어마어마하게 긴장한다. 아주 소극적인 면과 뻔뻔할 정도로 대범한 측면이 버무려진 게 바로 나다.”

유아인은 8일 열린 VIP시사회에 아버지를 초대했다. 연기 시작하고 시사회에 아버지를 모시긴 처음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아직 어떠한 평도 내놓지 않았다. 시사회 직후 ‘대구 집으로 내려 간다’는 문자메시지만 받았을 뿐이다.

“어느 집안에나 있을 법한 진로의 갈등, 가정사의 갈등이 내게도 있다. 내 나이에, 부모와 자식 관계가 대개 그렇지 않나. 나도, 아버지도 유난스러운 기질이 강하다.”

유아인은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일찍 자신의 길을 발견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학교의 교육방식을 거부한 뜻도 작용했다.

“내가 만든 삶의 주인이 나인 채로 살고 싶다. 박수도, 야유도, 행복도, 좌절도 무엇이 진짜 내 것이고 아닌지 알면서 살아가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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