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장결희 “스텝 바이 스텝…언젠간 바르샤 데뷔 꿈 이뤄질 것”

입력 2015-09-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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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르셀로나 후베닐A에 몸담은 U-17 대표팀 장결희가 10일 모교인 서울 성북구 숭곡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장결희가 말하는 ‘라 마시아’ 생존기

처음엔 스카우트 제안 자체가 두렵기도 했다
지금 후베닐A…1군 진입 힘들어도 도전 계속
계약 파기는 아니다…하위 팀 임대 훈련 계획

어릴 적부터 못 하는 운동이 없었다. 동네 형들과 어울려 야구 글러브를 끼고 배트를 휘둘렀다. 그 중 태권도에 특히 소질이 많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3품(성인 3단)을 받았다. 축구는 우연히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재미삼아 나간 유소년클럽에서 재능을 보이자, 클럽 지도자가 축구부가 있는 숭곡초등학교 전학을 권유했다. 실력은 나날이 늘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의 명문 포항 스틸러스 산하 포항제철중에 입학했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더욱 큰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2011년 우연히 출전한 유소년국제대회를 계기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물론 유럽 내 최고로 통하는 FC바르셀로나 13세 이하(U-13팀)이 스카우트를 제의했다. 장결희(17)는 그렇게 ‘FC바르셀로나 맨’이 됐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짊어진 장결희를 10일 서울의 한 작은 카페에서 만났다.


● 좌충우돌 ‘라 마시아(La Masia)’ 적응기

FC바르셀로나는 ‘라 마시아’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자랑한다. 네덜란드축구의 레전드 요한 크루이프가 구상한 이 정책은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는데, 연령별 12단계로 이뤄져있다. 이승우(17)와 나란히 라 마시아 프로그램에 안착한 장결희는 제안 자체가 “두려웠다”고 밝혔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냥 조용히 사라져버리는 건 아닐까 너무 무서웠다.”

그러나 장결희는 여전히 생존하고 있다. 올 8월에는 성인팀 바로 아래 단계인 후베닐A(만 17∼18세)로 승격했다. 후베닐A에서 인정받으면 스페인 3부리그에 속한 FC바르셀로나B(2군)로 옮길 수 있다. 사실상 본격적인 프로 데뷔 단계다. 물론 앞날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라 마시아를 차근차근 거쳐 1군에 안착하는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장결희도 “‘하늘의 별 따기’라는 표현이 딱 맞다”고 말했다. 다만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계속 도전하고 또 부딪히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은 웃으면서 옛 시간을 되돌아보지만 처음 스페인 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주 4회, 그것도 하루 1시간30분 훈련이 전부였다. 너무나 부족한 훈련량에 혼란이 왔다. “내가 스페인어를 배우러 왔는지, 축구를 하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동양인을 향한 암묵적 차별도 겪었다. 훈련장에서 자신만 제외하고 패스를 돌리는 등 일부러 배제시킨다는 느낌을 받았다. 라 마시아에선 1군과 동일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원 터치 패스 위주의 ‘티키타카’를 강조한다. 볼 배급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무시당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해답은 분명했다. 실력과 시간이었다. 어느새 동료들이 마음의 빗장을 열면서 장결희도 어엿한 팀원으로 인정받게 됐다.


● 아자르를 존경하는 소년, 바르샤 1군을 향해!

부족한 훈련은 장결희에게 ‘간절함’을 선물했다. 한국처럼 하루 2∼3회씩 볼을 찼다면 금세 지루해지겠지만, 라 마시아에선 이를 느낄 틈이 없었다. 축구화를 신고 초록 잔디를 밟는, 축구선수에게는 무척이나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축구가 너무 기다려졌다. 집중력도 높아졌다. 팀에서 원 터치 패스를 요구하다보니 볼이 오기 전에 끊임없이 다음 연결을 생각해야 했다. 생각하는 축구를 배우고 있다.”

FC바르셀로나 1군은 오전 훈련을 한다. ‘될성부른 떡잎’ 라 마시아 멤버들은 당연히 이들을 보며 성장한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신기함은 거의 사라졌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네이마르(브라질),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등 어지간한 스타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봤지만 언젠가 한솥밥을 먹게 될 미래의 동료들이다.

재미있게도 장결희의 롤 모델은 다비드 실바(스페인·맨체스터시티)와 에당 아자르(벨기에·첼시)다. 틈 날 때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빼놓지 않는다.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서 자신이 실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구한다.

“팀의 대선배 메시를 가장 존경하지만 굳이 따르고 싶다면 아자르와 실바를 꼽겠다. 과감한 드리블과 자유자재로 볼을 다루는 능력 등을 보며 많은 걸 느낀다. 팀에서 내 포지션이 왼쪽 윙 포워드다. 쟁쟁한 스타들이 버티지만, 언젠가 (FC바르셀로나 1군의) 꿈이 이뤄지리라 믿는다. 못할 건 없다.”


● ‘팀 문제’ 이상 무…U-17 월드컵서 비상 꿈꾼다

다만 장결희가 극복할 과제는 많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3년 FC바르셀로나가 해외 미성년선수 영입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했다며 18세 미만 유소년들의 공식경기 출전 불가 징계를 내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2016년 1월까지 선수 영입 금지 조치를 통보했다.

FIFA의 철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최근 해당 유소년들의 ▲구단 기숙사 거주 금지 ▲클럽 시설 사용 불가 ▲훈련 금지 등을 추가했다. 이 여파로 FC바르셀로나는 유소년 5명과 계약을 끝냈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그 중 한 명이 장결희라는 스페인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와 놀라움을 안겼다.

결론부터 말하면 장결희와 FC바르셀로나의 관계는 문제없다. 이미 지난해 3년 계약연장도 했고, 불과 1개월 전 후베닐A 승격을 통보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뜻밖의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그는 의연했다.

“(2013년부터) 2년 넘게 실전에 참여하지 못했다. 징계 직후부터 지금껏 클럽에선 ‘서둘지 말자’, ‘천천히 기다리자’는 말을 했다. 솔직히 ‘방출’이 거론돼 깜짝 놀랐지만, 정작 팀에선 언급이 없다. 더욱이 (방출됐다는) 5명 모두가 같은 상황이 아니다. 비록 기숙사에서 짐은 뺐지만 계약이 파기된 것도 아니다. FC바르셀로나와 협력 관계의 하위 팀 임대 등을 통해 징계가 풀릴 시점인 내년 4월까지 몸을 만드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결국 ‘스텝 바이 스텝’이다. 팀 문제는 다음이다. 지금은 10월 열릴 U-17 칠레월드컵을 바라본다. ‘U-17 최진철호’에 선발된 장결희는 브라질, 나이지리아, 크로아티아가 출전한 2015수원컨티넨탈컵에서 몹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오른쪽 날개로 뛰면서 ‘프리 롤’ 임무를 받아 좀더 폭넓은 역할을 했다. 유일하게 지적받은 부분이 ‘조금 덜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었다.

“경기감각이 살아났다. 체력도 대회 개막 무렵이면 완전히 만들어진다. (수원컨티넨탈컵에서) 브라질에 0-2로 패했지만, 볼 키핑 능력에서 차이가 났을 뿐 기본기는 우리도 뒤지지 않았다. (칠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다시 만나면 우리도 훨씬 발전해있을 거다. 생애 첫 월드컵을 통해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스스로의 가치도 높이겠다.”



FC 바르셀로나 장결희. 스포츠동아DB


● 장결희는?



▲생년월일=
1998년 4월 4일

▲키·몸무게=175cm·63kg

▲출신교=숭곡초∼포항제철중

▲소속클럽=FC바르셀로나(스페인) 후베닐A

▲연령별 대표팀 경력=U-17 대표팀(18경기 4골)

▲국제대회 경력=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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