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보는 배우’ 송강호·유아인, 그동안 가려졌던 ‘가정사’ 조명

입력 2015-09-17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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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도’의 한 장면. 사진제공|타이거픽쳐스

■ ASACC 키워드로 본 영화 ‘사도’

살다보면 ‘잘 안다’고 착각하는 일들이 있다. 영화 ‘사도’가 그려낸 영조와 사도세자에 관한 이야기가 그렇다. ‘수없이 봐 왔다’고 여기지만, 정작 ‘제대로’ 본 적 없는 이야기가 이 부자(父子)의 사연이다. ‘사도’는 영화가 단지 오락적 기능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곁눈질 없이 질주하는 영화는 진중할지언정 지루하지 않다. 연기부터 그 완성도에 이르기까지 다섯 가지 ‘아삭’한 키워드로 ‘사도’를 살폈다.

연기(Acting)

이준익 감독은 “송강호의 연기는 평할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과한 칭찬쯤으로 여겨진다면, 영화를 보고 판단하길. 온갖 히스테리로 둘러싸인 군주의 모습을 다른 이가 연기한다? 상상하기 어렵다. 상대역 유아인의 실력은 더 언급할 필요 없다. 이제 ‘믿고 보는’ 대열에 합류했음으로.

이야기(Story)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음에 이르는 8일간을 중심으로 아버지 영조와 그 아들이 남긴 또 다른 왕 정조의 이야기를 교차한다. 핵심 감성은 사랑이다. 너무 사랑해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는 아버지는, 그만의 방식으로 또 다른 사랑을 완성한다.

연상(Association)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소모된 주인공들. 과거 TV사극에서 같은 인물을 연기한 몇몇 배우들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시감이 클 것이란 예상은 ‘우려’일 뿐. “철저한 집안일”이라는 영조의 대사처럼, 영화는 그동안 가려진 ‘가정사’를 들여다본다.

창의력(Creativity)

250년 전 왕실에서 일어난 ‘과거’의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와 절묘하게 겹쳐 읽힌다. ‘사도’가 가진 최고 미덕으로 꼽을 만하다. 예나 지금이나 절실한 건 ‘소통’이다. “존재 자체가 역모”라는 영조의 말에, 자극받지 않을 관객은 없다.

완성도(Completeness)

두꺼운 전문 서적 한 권을 두 시간 동안 쉼 없이 읽어낸 기분. ‘암살’도, ‘베테랑’도 흥미로웠지만, ‘사도’는 철저히 기교를 뺐다는 점에서 짜임새는 절대 우위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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