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설 입장, 속뜻은?①] ‘그래서 다 사귄다는 거야?’…‘공식입장’ 클리셰 집중 분석

입력 2015-09-25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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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에서는 스타들의 교제를 두고 다양한, 하지만 ‘판에 박힌’ 표현이 존재한다. 이희준과 이혜정의 ‘알아가는 단계’, 최자와 설리의 ‘의지하는 사이’, 이준기와 전혜빈의 ‘정말 친한 사이’(맨 아래) 등이다. 스포츠동아DB·동아닷컴DB

만남의 계기는 ‘지인들과의 모임’ 단골
열애 숨기고 싶을 땐 ‘친한 사이’ 애용


“두 사람이 좋은 감정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다.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호감을 갖고 친분을 쌓게 됐다.”

최근 BH엔터테인먼트가 자사 소속 연기자인 이희준과 패션모델 이혜정의 교제를 인정하면서 밝힌, 이른바 ‘공식입장’이다. 하지만 무척이나 낯익은 표현이다. 그동안 연애 사실을 인정한 많은 커플들의 그것과 너무나 닮았다. ‘알아가는 단계’ ‘지인들과의 모임’ ‘서로 호감을 갖고’와 같은 말은 연예계 ‘공식입장’에 대부분 포함되는 표현이다. 한 마디로 클리셰(상투적인 표현)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남녀관계는 ‘알다가도 모를 일’. 많은 열애·결별설의 클리셰는 매우 모호하기도 하다. 대의는 알아듣겠지만 ‘명쾌하게’ 말하지 않아 때론 말장난하는 게 아니냐는 불쾌감마저 들기도 한다. 스타의 열애설에 대한 매니지먼트사들의 그 ‘상투적인’ 해명의 진의를 스포츠동아가 ‘명쾌하게’ 풀어드린다.

“알아가는 단계”…사랑이 한창 뜨거울 때

이민호·수지, 이동건·지연, 오승환·유리 커플 등이 모두 “호감을 갖고 알아가는 단계”에서 열애 사실이 알려졌다.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의 유희관마저도 프로골퍼 양수진과 “친한 사이로 서로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라고 했다.

직역하면 ‘데이트하면서 상대방을 파악하고 있는 단계’쯤 의미가 된다. 그러나 사랑은 처음 시작할 때가 가장 뜨거운 법. 결국 ‘한창 서로에 빠져 물불 못 가리는 상황’에 해당한다. ‘알아가는 단계’에 수반되는 클리셰가 있다. ‘조심스럽게 만나고 있다’는 것과 ‘예쁜 만남을 따뜻한 시선으로 봐 달라’는 당부다. 또 유사한 표현으로는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있다. 작년 8월 최자와 설리가 교제를 인정할 때 설리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설명이다.

그렇다면 궁금한 것 한 가지. “알아가는 단계”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얼마만큼 서로를 알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까.

‘지인들과의 모임’…각종 명목의 ‘친교 모임’

스타 커플이 탄생하면 그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가 관심사가 된다. 그래서 열애기사엔 빼놓지 않고 교제의 과정이 소개된다. 하지만 같은 작품에서 상대역으로 만난 것이 아니라면, 만남의 계기는 대부분 “지인과의 모임”이다.

생일, 골프나 테니스 등 운동, 친목을 위한 비공개 파티 등 여러 명분의 친목 모임을 통칭한다. 생일모임이 가장 커플 성공률이 높은 ‘교류의 장’으로 꼽힌다. 생일을 맞은 누군가가 자신의 친구들을 초대하고, 초대된 사람은 또 한두 명의 친구들을 대동한다. 그 자리에서 스타들은 평소 서로 숨겨둔 호감을 표시하며 연락처를 주고받다 사랑을 싹틔운다. 한편으로 만남의 계기를 공개하고 싶지 않을 경우에도 이 표현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지인과의 모임’은 결국 두루두루 통하는 ‘연애의 시작’이다.

“정말 친한 사이”…사랑과 우정 사이?

이준기와 전혜빈은 여러 차례 데이트 목격담이 제기되고 교제 중임을 확신케 하는 정황도 뚜렷하지만 “정말 친한 사이”라고 해명했다. 진짜 ‘친한 사이’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그 관계는 ‘의혹’의 대상이다. 만약 이들이 실제로 교제하면서도 ‘정말 친한 사이’라고 부인했다면, ‘사귄다고 말하고 싶지만 여러 불편한 상황이 많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의 해명일 것이다.

이들 외에도 많은 ‘열애설’에 휩싸인 스타들은 “친한 선후배 관계”라며 부인한다. 일반적으로 같은 직장이나 학교, 커뮤니티에는 비밀연애 사례가 많다. 교제 사실이 알려지면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연예인들도 연애를 숨기고 싶은 건 마찬가지다.

‘결별했다’는 사실을 알릴 때 “좋은 친구” 혹은 “선후배·동료로 남기로 했다”고 한다. 남녀가 교제하다 헤어지면, 정말 두 사람은 좋은 친구와 동료가 될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연스러운 일도 아니다.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과 비교하면 의미는 더욱 뚜렷해진다. 그냥 “잘 모르는 사람처럼 지낸다”는 것쯤으로 해석하면 된다.

“결혼은 아직”…말할 수 없다

교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결혼은 아직”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많다. 대개 두 가지로 쓰인다. 하나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이고, 또 다른 의미는 “결혼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여러 사정상 아직 말할 수 없다”는 의미다.

후자의 경우, 교제를 인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결혼 보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고은이 7월8일 4세 연상 회사원과 교제한다는 사실이 알려질 당시 소속사 측은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했다. 한고은은 한 달 보름 만인 8월30일 결혼했다.

클리셰(Cliche)는?

진부한 표현이나 고정관념. 원래는 활자를 넣기 좋게 만든 연판을 뜻하는 인쇄용어로, 19세기 말부터 별 생각 없이 의례적으로 쓰이는 문구나 기법 혹은 편견, 전형(典型) 등 다양한 의미로 바뀌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진부한 장면이나 판에 박은 대화, 상투적 줄거리, 전형적인 수법과 표현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가수 박진영이 2011년 드라마 ‘드림하이’ 삽입곡 ‘섬데이’로 표절 논란에 직면했을 때, 문제가 된 후렴구 8마디를 두고 “대중음악에서 흔히 쓰이는 코드 진행과 멜로디”라며 “클리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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