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신데렐라’ 윤하 “매일 매일이 미션임파서블”

입력 2015-10-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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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로 분한 윤하가 왕궁 무도회에서 도망쳐 나온 뒤 유리구두를 안고 왕자를 그리워하는 장면.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선 윤하는 당차고 씩씩한 신데렐라 연기로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엠뮤지컬아트

노래가 됐다 싶으면 연기 입혀야 하고
연기 입히면 상대와 호흡 맞춰야 하고
첫 뮤지컬 도전…모든 게 다 모자랐죠
신데렐라 캐릭터, 씩씩함에 주안점 둬

윤하(27)가 출연하는 뮤지컬 ‘신데렐라’를 관람한 날은 배우들이 가장 많이 실수한다는 그의 두 번째 공연일이었다. 완전히 초긴장한 첫 날과 달리 둘째 날은 자기도 모르게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날보다 둘째 날에 실수가 훨씬 더 많이 나온다는 것이 배우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귀여운 신데렐라를 보게 될 것이라는 선입견은 1막이 시작되자마자 ‘파삭’ 소리를 내며 부서져버렸다. 웬걸. 씩씩하고 당당한 신데렐라였다. 왕자 앞에서 할 소리 다 하는, 이 당차고 아름답고 순전한 여인에게 안 반할 남자가 어디 있으랴. 유리구두가 아니라 구멍 난 고무신을 신고 있어도 상관이 있으랴.

이날 윤하의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귀여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차돌같은 데가 있더라”라고 트위터에 짤막한 소감을 적었다. 그랬는데….

“차돌같은 신데렐라라고 하신 분도 계시더라고요.”

“(뜨끔) 누가 그러던가요?”

“(심드렁한 눈길을 날리며) 양형모 기자님이시죠. 다 봤어요.”

UN 김정훈의 한 마디 “네가 신데렐라 완전체지!”

윤하와의 인터뷰는 서울 역삼동의 C9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됐다. 분당선 선정릉역에서 내려 걷는 만용을 부리다 땀범벅이 되어 겨우 제 시간에 나타난 기자에게 윤하는 얼음이 절반인 차가운 음료수를 내밀었다.


-말 나온 김에 얘기하자면, 솔직히 청순하고 가련하고 여성스럽기만 한 신데렐라는 아니었다.

“엉뚱하면서도 당돌하고, 당차면서도 전형적인 여성미는 갖춘 지혜로운 여자. 이 중 하나라도 오버하거나 부족하면 안 되는 캐릭터다. 밸런스를 맞추는 게 어렵다.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씩씩함이었다.”


-왜 하필 씩씩함인가.

“계모와 언니들의 핍박 속에 살아야 했던 신데렐라다. 사랑하는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 아빠의 유물인 집에 남아야 했다. 싫든 좋든 계모는 아빠가 사랑했던 여자다. 이들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컸을 것이다. 씩씩할 수밖에.”


-신데렐라는 왕자씩이나 찾았는데, 아빠는 왜 그렇게 여자 보는 눈이 없었을까.

“우하하! 아빠도 어쩌면 여자로서 마담을 대했다기보다는 딸에게 엄마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게 아닐까. 급급하게 구한 게 마담이 아니었을지.”


-영화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뮤지컬은 처음이다. 평소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있었나.

“물론이다. 뉴욕에 일이 있어 갈 때면 언제나 뮤지컬 한 편씩을 봤다. 내한공연이 있으면 역시 꼭 보러 갔고.”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지.

“과연 저 많은 대사와 가사, 동선에 춤까지 다 해낼 수 있을까 생각하면 두려웠다. 그런데 신데렐라라지 않은가. 이번에 놓치면 다시는 뮤지컬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덜컥 계약을 했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일본에서 UN의 김정훈 오빠를 우연히 만나 맥주 한 잔을 하게 되었는데, 오빠에게 완전히 설득을 당해버린 거다. 자신도 드라마하면서 뮤지컬을 한 적이 있는데 다 되더라고. 너야말로 완전 신데렐라라고. 어리니까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합시다’ 했다.”


-연습이나 공연을 하다가 ‘내가 모자라는구나’ 싶을 때가 있었나.


“모든 게 다 모자랐다(웃음). 무도회 장면의 경우 왈츠스텝부터 정말 하나도 모르겠더라. 방송안무하고 완전히 다르니까. 겨우 됐다 싶어도 의상을 입고 하면 또 다르다. 어느 정도 노래가 되었다 싶으면 이번엔 연기에 입혀야 하고, 입히고 나면 상대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매일 매일이 미션임파서블이었다.”


-왕자와의 왈츠 무도회 장면이 꽤 길었다. 10분은 되는 것 같던데.

“정확히 17분이다.”


-피아노 치며 노래하는 모습은 많이 봤어도 왈츠 추는 윤하는 처음이었다. 아이돌그룹 출신이 아니라 안무 훈련 같은 걸 받은 적도 없을 텐데.

“연습할 때 엄지발톱에 피멍이 잔뜩 들었다. 발레 슈즈를 처음 신어봤다. 왕자의 손을 처음 잡고, 춤을 추고, 마지막에 키스까지 가는 머나먼 여정이 담긴 장면이다. 처음에는 춤에 급급했는데 점차 감정 표현이 나오게 되더라. 지금은 무도회 장면이 가장 편안하다(웃음).”


-왕자가 네 명이다. 다들 색깔이 다를 것 같다. 예를 들어 엄기준 왕자는 로맨틱하면서도 어딘지 불쌍해 보인다던지.

“맞다. 항상 우수에 차 있는 모습이시다. 달콤하면서도 아련하다. 짠한 게 있다. 양요섭은 우등생이면서도 일탈을 즐기는 개구쟁이 왕자. 산들은 의외로 굉장히 남자다운 데가 있다. 진짜 부산사나이 느낌이랄까. 그런데 눈빛이 굉장히 천진난만하다. 비주얼적으로 가장 왕자에 가까운 사람은 켄이 아닐까. 그런데 약간의 허당끼가 있는 왕자다. 귀여운 징징거림이 있다. 켄만의 매력인 것 같다.”

인터뷰를 마치며 ‘금단의 질문’을 무심한 척 툭 던졌다. 뮤지컬 신데렐라의 최대 볼거리 중 하나는 신데렐라가 순식간에 재투성이 옷에서 눈부신 드레스로 갈아입는 퀵체인지 장면이다.

“그거 어떻게 하는 겁니까?”

“마리(요정)가 마법으로 해 줘요.”

“에이∼ 그러지 말고.”

“원리는 우리도 몰라요. 뭔가를 쭉 뽑으면 저절로 됩니다.”

그래. 안 가르쳐줄 줄 알았다. 이런 차돌같은 여인 같으니라고.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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