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야기] 두산 이현승 “올 가을, 딸을 위해 던진다”

입력 2015-10-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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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 넥센히어로즈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3-2 승리를 지켜낸 두산 이현승이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종원기자 won@donga.com

다섯 살 딸에게 TV로나마 얼굴 보여줘야
딸이 컸을 때 아빠가 뭘 했는지 알려줄 것


두산 이현승(32·사진)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이름은 효주. 한국 나이로 이제 다섯 살이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그렇듯, 딸이 태어난 뒤 이현승에게는 새로운 삶의 목표가 생겼다. 그는 “이제는 나 혼자만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산다”고 말했다. 유독 심신이 힘들었던 2015시즌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도 바로 딸, 그리고 가족이다.

이현승은 올해를 불운하게 출발했다. 5선발로 낙점돼 남다른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했는데, 시범경기 막바지에 타구에 손가락을 맞아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졸지에 재활군에서 개막을 맞았다. 시즌 중반 부상을 막 떨쳐내고 팀에 복귀한 뒤에는 공석이 된 소방수 자리에 앉았다. 그는 “마무리투수라는 역할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 자리더라.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웃으며 “잘 막고 내려올 때의 기분은 정말 좋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고 돌아올 때는 덕아웃으로 걸어오면서 벌써 날 기다리는 동료들의 무거운 공기가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그럴 때는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격려인사조차 힘겹게 와 닿기 마련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갔던 한 시즌이 무사히 끝났다. 이현승은 지금 두산 불펜에서 가장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투수다. 그리고 데뷔 후 3번째로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섰다. 2006년에는 신인이라 얼떨떨한 기분으로 가을잔치에 나섰고, 2010년 플레이오프(PO)에선 한때의 팀 동료이자 동기생인 삼성 장원삼과 명 투수전을 펼쳐 인상적 장면을 남겼던 이현승이다. 올해는 5년 만에 다시 찾아온 기회다. 처음으로 마무리투수 자격으로 가을의 무대를 밟았다. “보너스 게임이라 생각하고 즐기면서 재미있게 야구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준PO가 시작된 10일에는 남몰래 긴장하기도 했단다.

그래도 이현승은 다시 스스로를 다잡는다. 자신을 바라보는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현승은 “야구를 하다 보면 시즌 때는 딸 얼굴도 자주 보기 어렵다. 하도 아빠가 집에 없으니까 이젠 잘 찾지도 않는다고 한다”며 “TV로나마 아빠 얼굴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최근 발표된 ‘2015 프리미어 12’ 국가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뒤에도 “딸이 더 컸을 때 아빠가 뭘 했는지 알려주고 싶어서라도 꼭 한 번 태극마크를 달아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뽑히게 돼 정말 기쁘다. 나중에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말을 가장 먼저 했을 정도다.

두산그룹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남편이자 아빠인 이현승에게는 가족이 미래다. 그리고 이현승의 현재는 그 가족과 함께 하는 올해 가을이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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