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황정음, ‘변신’이 무의미한 로코의 여왕

입력 2015-10-14 0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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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홍조와 주근깨를 가려서 예뻐보인 건 아니다. 수많은 조명판 때문에 화사해 보인 것도 아니다. 배우 황정음은 못생긴 김혜진을 여신 그 자체로 빛나게 했다.

연기 변신은 배우에게 평생의 과제이자 숙명처럼 여겨진다. 더욱이 비슷한 캐릭터와 이야기가 넘쳐나는 국내 드라마 콘텐츠에서 신선한 연기자로 남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한때 황정음은 비슷한 코믹 연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황정음에게 ‘변신’은 무의미해 보인다. 로맨틱 코미디 속 우렁찬 목청과 한없이 일그러지는 표정 자체가 황정음표 로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황정음은 방송에서 통장 잔고 487원을 공개한 바 있다. 과감한 사생활(?) 공개로 많은 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후 ‘지붕뚫고 하이킥’ 속 코믹 연기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SBS ‘자이언트’(2010), MBC ‘내 마음이 들리니’(2012), SBS ‘돈의 화신’(2013) 등으로 다양한 장르와 긴 호흡의 정극도 가능한 배우임을 증명했다.

지난해 SBS ‘끝없는 사랑’에선 정치 영웅 서인애로 분했지만 작품 자체에 대한 혹평과 설득력 없는 캐릭터 설정으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가 다시 로코퀸으로서의 진가를 발휘한 건 올해 초 MBC ‘킬미, 힐미’ 때부터다. 배우 지성과의 조화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2015 서울드라마어워즈 한류드라마 여자연기자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킬미 힐미’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 그가 선택한 ‘그녀는 예뻤다’는 황정음표 로코의 정점이라 할만하다.

황정음은 ‘킬미 힐미’ 출연 당시 “이제는 ‘하이킥’때 황정음이 아니다”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다양한 감정이 녹아든 코믹 연기를 자신한 것이다. ‘그녀는 예뻤다’ 김혜진은 황정음의 고민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눈빛에 슬픔이 맺혀있는 것. 슬퍼 보이는 이유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현실 속 그녀의 아픔, 과거의 김혜진을 기억하는 지성준(박서준)에게 당당하지 못한 현재의 자신을 탓하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김혜진의 눈빛은 황정음의 연륜이고, ‘그녀는 예뻤다’를 특별한 로코로 만드는 묘수다.

‘변신해야 한다’는 압박을 떨쳐낸 황정음, ‘그녀는 예뻤다’가 시청률 고공 행진을 끝까지 이어갈지 주목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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