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야기] 문자로 후배투수들 응원한 ‘베테랑 손민한’

입력 2015-10-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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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손민한. 스포츠동아DB

휴대폰으로 “최선을 다하자” 문자메시지
3차전 활약 이민호 “꼭 막아야겠다 생각”

‘지금까지 수고했다. 남은 포스트시즌은 즐기자.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자!’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NC 투수들에게 손민한(40·사진)의 메시지가 휴대전화로 도착했다. 투수조 최고참으로서 미팅을 열 수도 있었지만, 가뜩이나 긴장했을 후배들의 마음을 헤아려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다른 팀들은 정규시즌 돌풍을 일으킨 NC를 “투타 밸런스가 좋은 팀”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야구는 팀플레이다. 선수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좋은 팀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NC 선수들도 주위에서 말하는 ‘좋은 밸런스’를 ‘끈끈한 팀워크’라고 굳게 믿고 있다.

NC 벤치는 늘 화기애애하다. 선후배간 스스럼이 없다. 고참 이호준, 손민한을 필두로 이종욱, 손시헌, 김종호 등의 중고참이 후배들을 이끌며 균형을 잘 이루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NC 김경문 감독도 베테랑에게 힘을 실어준다. 이제 1군에 진입한지 3년밖에 안 된 신생팀에서 고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아서다. 오랜 시간 많은 일을 겪으면서 얻은 노하우는 중요한 순간 팀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된다. NC에는 손민한, 이호준이라는 만점짜리 베테랑이 있다.

특히 NC 젊은 투수들에게 손민한의 존재는 크다. 부산 출신으로 롯데 야구를 보고 자란 이민호(22)는 “손민한 선배님과 같은 팀에서 뛴다는 게 신기하고 기쁘다. 선배님이 훈련하시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이민호는 21일 PO 3차전에서 손민한에 이어 등판해 1.2이닝을 무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손민한이 갑작스럽게 물집이 잡히면서 강판돼 경기 흐름이 두산으로 넘어갈 위기였지만, 상대의 추격의지를 꺾는 호투를 펼쳤다. 이민호는 “마운드에 오르면서 선배님이 보내주신 문자가 생각났다. 꼭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힘껏 공을 던지는 손민한을 보면서 아직 스물두 살 밖에 안 된 어린 투수는 더 이를 악물었던 것이다.

손민한은 3차전 직후 덕아웃에서 조용히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포스트시즌에 선발등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라며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뒤를 잘 막아준 후배들도 고맙다”고 말했다. KBO리그 역대 최고령 포스트시즌 선발승 투수가 된 그의 얼굴에는 살며시 미소가 번졌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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