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꽃잠프로젝트, 예쁘고 착한 여동생과 자상하고 섬세한 오빠가 만드는 ‘공감과 교감’

입력 2015-10-28 0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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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플럭서스뮤직

혼성듀오 꽃잠프로젝트를 접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거정과 김이지, 두 멤버의 나이차에 관심을 두곤 한다.

시쳇말로 ‘첫사랑에 실패만 하지 않았어도’ 부녀지간까지도 가능할 22살의 나이차를 넘어 같은 그룹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확실히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 뜻이 맞아 음악을 하는데 나이차는 그리 관계가 없는 숫자로, 꽃잠프로젝트의 거정과 김이지는 자신들의 첫 정규앨범 ‘Look Inside’를 통해 다시 한 번 이를 증명하고 있다.

거정의 안정적인 연주와 프로듀싱 능력위에 왠지 모르게 촉촉하고 몽환적인 김이지의 목소리가 더해진 꽃잠프로젝트의 음악들은 한편의 아름다운 수채와를 음악으로 풀어놓은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거정은 “이번 ‘Look Inside’는 전작들에 비해 성숙해 졌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다. 첫 EP앨범은 팀을 구성한지 1년 정도 후에 나왔는데, 트레이닝부터 시작해서 기능적인 구성들, 그리고 우리가 하게 될 음악에 대한 공감 등을 본 앨범이다”라고 이번 앨범을 꽃잠프로젝트의 음악적 색채가 보다 명확해진 앨범으로 규정했다.

이어 “우리가 결성하고 2년 반이 됐는데, 그사이 앨범이 3장이 나왔다. 나름 열심히 한 것 같다”며 “또 이만큼의 양이 나왔다는 건, 좋게 보면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재밌었고 (대중도)사랑해줬다”라고 관심에 감사를 전했다.

음악을 하는 데에 나이는 큰 장애가 아니라고는 했지만 이들의 결성 계기에 대한 궁금증은 풀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진|플럭서스뮤직


사실 김이지는 플럭서스 뮤직의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연습생 출신으로, 당초 타회사 걸그룹의 멤버로 데뷔를 준비하다가 싱어로서의 그 재능을 높이 산 플럭서스로 적을 옮기게 된 케이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거정과 김이지가 한 팀을 꾸리게 될 것이라고는 서로가 생각하지 못했다.

김이지는 “처음에는 작업을 해봐라 라고 듣고 간 거도 아니고 가이드 녹음을 한다고 불러서 갔었다. 그런데 이곡 저곡 주면서 여러 곡을 불러보게 시켰다. 보통 가이드 녹음은 한곡만 하는 건데 진행이 되니까 ‘뭐지? 뭐지?’하다가 그게 처음 작업한 날이 됐다. 그렇게 녹음한 곡이 ‘헤이 보이’였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거정은 “이지가 원래 아이돌을 준비했었고, 나는 좀 더 순수음악을 지향하는 음악가라 사실 처음에는 (김이지에게)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런 음악을 하게 됐냐고 물어봤더니 마음에서부터 기타를 치고 노래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 모습을 보고 ‘어리지만 주관이 뚜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목소리와 감성에서 가능성을 봤다”라고 김이지의 가능성과 의지를 높게 샀다.

또한 거정은 “처음에는 나이차도 있다 보니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지가 가고자하는 길을 뚜렷하고 분명하게 정하니까 진행이 잘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가능성이 보인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즉 꽃잠프로젝트 결성의 결정적인 계기는 김이지의 음악적 가능성인 셈으로, 계기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실제 삼촌 조카, 오빠 동생 못지않게 친하고 스스럼없는 사이가 됐다.

일례로 플럭서스에서 처음으로 연습생 개념으로 데려온 된 이유를 묻자 김이지는 “너무 어려서?”라고 답했지만 거정은 곧 “그건 아닌 것 같다. 뭔가 능력이 있고, 앞으로의 발전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거정은 “아니면 예뻐서? 착해서?”라고 농담을 건넸고 이지는 쑥스러운 듯 “착해서요”라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플럭서스뮤직


여하튼 예쁘고 착한데다가 발전 가능성까지 무궁무진한 김이지로 인해 결성된 꽃잠프로젝트는 작업방식도 일반적인 그룹과는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프로듀서인 거정이 대부분의 곡과 가사를 쓰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김이지가 내리곤 한다.

김이지는 “작업하는 방식 자체가 작곡, 작사를 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불러’라고 하는 게 아니라 가사를 만들어가면서 멜로디를 만들어가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런 거 해봤니? 너도 경험해봤니?’, ‘어 저도 알아요. 그럴 땐 이랬어요’와 같은 식으로 대화를 하면서 같이 가사를 쓰고 수정하면서 작업을 했다. 공감이 가거나 경험을 해 본 가사를 많이 쓴 것 같다. 가끔 정말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나 감정이 있을 때도 있는데 그런 건 그냥 녹음을 안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정은 “사람은 배웠다고 아는 게 아니라 깨달아야 아는 거다. 음악이라는 건 손에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그런 걸 전달하려면 경험이 중요하다. 내가 이지 나이 때 경험하지 못한 것을 이지를 통해서 깨닫곤 한다”라고 이런 작업방식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예를 들어 전에 이지에게 화를 낸 적이 있는데 내가 소리를 지르니까 이지가 ‘오빠가 나한테 그러면 어떻게 해’라고 같이 소리를 지르더라. 나는 이지 나이 때 그런 말을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생각해보니 ‘말을 못하면 얼마나 억울할까. 저게 맞는 거다. 억압하고 억누르는 게 우리 음악에 너무 도움이 안 되는구나’ 했었다”라고 에피소드를 밝혔다.

거정은 “이지가 멜로디와 가사의 감성을 이해 못하면 전달자가 이해를 못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상황과 다를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지에 많이 물음을 한다. 또 이지의 경험이 아니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노래하는 사람은 진정성이 가장 중요한데, 직간접적으로 이지라는 어린영혼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라고 꽃잠프로젝트에서 이지는 깨달음을 주는 존재임을 강조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거정과 김이지는 꼭 작업적인 부분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하는 편이다.

거정은 “이지가 내 앞에선 많이 까부는 편이다. 말도 많고 항상 재잘재잘 떠들고 있다. 나를 어렵게 보는 것보다 그게 좋다. 또 오빠라고 불러줘서 고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거정은 말수가 적은 편이냐고 묻자 이지는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목소리가 낮고 조용하게 말해서 그렇게 보일 뿐이지 말은 많다”라고 증언해 웃음을 선사했다.

실제 작업을 하다가 잘 풀리지 않으면 함께 영화를 보러가거나 쇼핑을 간다고 할 정도로 친한 오빠와 동생 같은 모습을 보여준 거정과 이지는 이런 정서적, 체험적인 교감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 좀 더 다양한 음악을 들려줄 것을 예고했다.

이지는 “지금까지 세 장의 앨범이 나왔는데, ‘이런 분위기를 해야 겠다’, 혹은 ‘장르를 해야 겠다’ 해서 만든 게 아니다. 한 곡, 한 곡을 최대한 마음에 들고 자연스럽게 만들었고, 그렇게 완성한 걸 모아보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쿠스틱 앨범이 됐다. 다음에는 리드미컬한 음악을 들고 나올수 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거정은 “그런 리드미컬한 사운드의 음악도 작업해둔 게 있기도 있다. 정확하게 계산하고 콘셉트를 잡고 가자 한 건 아니고, 결국엔 하고 싶은 대로 한 거다”며 “이게 우리 전부라고 말하면 아쉬움을 넘어 슬플 것 같다. 어쩌면 락을 할 수도 있고, 더 서정적인 곡을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떻게 변할 거라고는 말하기는 어렵고, (다양한 가능성이)열려있는 것 같다”라고 ‘열린 결말’을 선언했다.

사진|플럭서스뮤직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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