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원’에 태권도 6단을 판다?

입력 2015-10-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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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 정만순 원장. 사진제공|국기원

국기원, 32년만에 쾌속 승단 심사
기부금 250만원…“단증 팔기”비난
“오랜시간 수련한 사범에 대한 월권”


250만원이면 태권도 6단도 OK?

국기원(원장 정만순)은 23일 홈페이지와 시도협회 등에 공고 하나를 냈다. ‘2015년 국내 특별심사 응시접수 공고’가 그것이다. “국내 태권도 단증 보유자 중 태권도 발전을 위한 활발한 활동에도 승단 기회를 놓친 태권도인의 사기진작을 위해” 특별심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1·2단 보유자가 승단심사에 참가할 수 없었던 사유를 밝히고 서류심사 등을 통과하면 연수와 심사를 통해 6단까지 월단할 수 있다. 중간 단수를 거치지 않고 6단까지 쾌속 승단할 수 있는 합법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대규모 특별심사가 열리는 것은 1983년 이후 약 32년만이다. 올해 연간사업으로 잡히면서 이에 따른 내규도 뜯어고쳤다.

국기원 관계자는 “해외파견 사범이나 경기인(선수)은 승단심사에 제때 참여하지 못해 낮은 단을 보유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시도협회의 (특별심사) 요청이 있었다. 특별심사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엄격하고 공정하게 심사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원내·외 인사들이 포함된 10명 안팎의 위원회가 꾸려졌다.

하지만 태권도 안팎의 여론은 싸늘하다. 일반 유단자들은 1년에 4차례 열리는 심사과정을 거쳐 승단 코스를 밟는다. 오랜 시간 수련을 통해 단수를 늘려가지만 특별심사는 일반 사범들에 대한 월권이나 다름없다. 6단부턴 ‘고단자’로 분류되지만 특별심사를 통해 단숨에 고단자가 될 수 있다. 현장에선 “소수에게 특혜를 베풀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승단 범위가 너무 넓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따라 국기원 임원들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심사비 논란도 피해갈 수 없다. 1단 보유자가 6단을 따기 위해선 45만원의 심사비가 필요하지만 발전기금(기부금)이 터무니없이 높다. 심사비를 뺀 250만원 기금을 내야 한다. 4단에서 6단, 5단에서 7단으로 넘어가는데도 100만원의 기금이 잡혀있다. 국기원에선 약 500∼600명이 이번 특별심사에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심사비 포함 1인당 200만원만 잡아도 12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원서접수비도 따로 받는다. 단증을 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기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부금 형태로 잡혀서 함부로 쓸 수 없는 돈이다. 무주 태권도원내 태권전과 명인전 건립 및 국기원 리모델링 등 체육기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국기원 특별심사심의위원회는 29일 저녁 긴급회의를 개최해 물의가 빚어지고 있는 해당내용 몇 가지 조항을 삭제했다. 1∼3단 보유자의 특별심사 응시범위를 제외하고, 심사 공정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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