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젊음의 행진’ 신보라 “첫 뮤지컬, ‘개콘’ 첫 무대만큼 떨려”

입력 2015-11-04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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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젊음의 행진’으로 배우로서 첫 발을 딛는 신보라는 핼쑥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긴장한 모습도 역력했다. 살이 왜 이렇게 빠졌는지 묻자 그는 “원래 해골상이다”라고 웃으며 “연습을 하느라 실제로 살이 조금 빠졌다.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젊음의 행진’은 1980년대 최고 인기 쇼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과 배금택의 인기만화 ‘영심이’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꼬마시절 함께 유년기를 보낸 캐릭터 ‘영심이’가 어느덧 서른 다섯 살이 되어 ‘젊음의 행진’ 콘서트를 준비하던 중 학창시절 왕경태를 만나 추억을 떠올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신보라는 주인공인 ‘영심이’ 역을 맡았다.

“2011년도에 이 뮤지컬을 본 적이 있는데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작품이었고 친근감이 있었어요. 뮤지컬 제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당시에는 KBS 2TV ‘개그콘서트’를 하고 있던 터라 거절을 했죠. 뮤지컬도 그렇고 개그콘서트도 그렇고 둘 다 무대에 오르기까지 굉장히 힘든 작업을 거쳐요. 그런데 제 욕심에 둘 다 피해를 줄 수는 없어서 고사를 했어요. 이번에 제안을 받았을 때 내 시간을 뮤지컬에 다 쏟을 수 있어서 하겠다고 말했죠.

개그우먼으로 이미 수많은 무대를 서 봤지만 뮤지컬은 또 다르다. 최대 7~8분으로 짜인 콩트는 많이 해봤지만 2시간 동안 무대에 서 있었던 적도 없어 에너지 분배를 하느라 애를 많이 썼다. 일주일 동안 수정을 반복하는 ‘개그콘서트’도 힘들었지만 ‘젊음의 행진’ 역시 만만치 않았다. 동시에 신보라는 첫 연습 현장을 떠올렸다. 그는 “연습실 문 앞에서 몇 번을 마음을 다잡았는지 모른다”며 두려웠던 첫날을 떠올렸다.

“긴장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기대도 되면서 여러 감정들이 겹쳤어요. 아마 ‘처음’에서 발생하는 모든 감정이 다 나왔던 것 같아요. 신인의 자세가 저절로 잡히더라고요. 눈과 귀를 열어야 하고 분위기도 파악해야 하고 연습 체계가 어떤지도 봐야 하니까요. 어제 합창 연습을 했는데 ‘이제는 안녕’이라는 넘버를 서로 마주보고 불렀어요. 지금 연습 한지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이 있었던 배우들의 얼굴을 보니 첫 연습 때 기억이 났어요. 동시에 ‘참 운이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요.”

가장 어려운 점을 물어보니 “재기 발랄한 영심이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의외였다. 그 동안 개그 프로그램에서 순박함, 청순함, 독특함 그리고 심지어 괴상한 캐릭터도 해낸 그가 아니었던가. 신보라는 “어렸을 때부터 ‘애늙은이’같이 자라서 일방적인 사랑을 받아 부끄러움을 타거나 순수한 연기가 잘 나오지 않더라”며 “게다가 카메라는 풀샷이나 클로즈업으로 조그마한 행동까지 다 잡아주는데 무대는 내가 크게 움직여야 어느 정도 몸짓이 보이더라. 그것을 적응하는데 힘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개그우먼으로 첫 발을 내딛었던 ‘개그콘서트’때도 떠올랐다. 2010년 KBS 25기 공채개그맨이었던 단역 ‘덜덜이’로 무대에 올랐을 때, ‘개그콘서트-슈퍼스타KBS’로 ‘신보라’라는 이름을 달고 나갔던 그 때도 모두 기억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말 한마디도 정말 조심스러워했던 신인”이라고 말했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며 사람에 대해, 조직의 분위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두려움도 있었죠. 게다가 제 눈 앞에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잘 될 거란 법도 없고 안 될 거라는 법도 없고요. 불확실성으로 오는 두려움도 있었어요. 의욕이 앞서서 실수할 때도 있었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가 맡은 ‘영심이’가 그 동안 살아오면 느끼는 감정이 담겨있더라고요. 잘 해내겠다는 의지와 또 결과가 좋지 않을 때에 좌절감 등 모든 것이 개그를 처음 시작하는 신보라, 뮤지컬을 시작하는 신보라의 마음이 모두 담겨있어요. 그래서 영심이에 대해 애착이 가요.”

신보라는 일명 ‘영심이’ 세대다. 90년대 방영된 최고의 인기 만화 중 하나였던 ‘영심이’를 봤던 세대들은 누구라도 공감할 것들을 그 역시 경험했다. 10대 시절 KBS 2TV ‘가요 톱텐’과 SBS ‘인기가요 50’ 등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꿰고 있었고 좋아했던 가수 ‘오빠’들의 방송 분을 녹화하며 열광하는 아이였다.

“부모님 두 분 다 일을 하셔서 TV가 언제나 제 친구였어요. 저는 H.O.T 강타 오빠를 좋아했어요. 용돈이 부족해서 잡지는 못 샀지만 젝스키스를 좋아하던 친구들한테 ‘우리 오빠들 사진 좀 줘’라며 부탁하기도 했어요. 그 때는 비디오가 있었잖아요. 그래서 테이프로 H.O.T 오빠들 녹화하기도 하고요. 가끔은 오빠가 사다 놓은 영화 비디오에 몰래 오빠들 방송을 녹화하다가 엄청 혼난 적도 있어요. 하하.”

개그우먼이 될 때까지 그는 “그냥 평범한 아이였다”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대학을 가서 효도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대학을 진학하고 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됐고 코미디언 시험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직히 저는 제가 개그우먼이 되고, 노래를 부르고 또 뮤지컬까지 하게 될 지는 몰랐어요. 물론 블랙가스펠그룹 ‘헤리티지’를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제가 개인 음반을 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죠. 꿈과 삶이 저를 자연스럽게 인도한 것 같아요. 참 감사한 일이에요. 돌이켜보면 제가 살아왔던 평범함이 큰 자양분이 됐어요. 도서관에서 앉아 하기 싫은 공부를 했던 인내심이 개그콘서트에 큰 도움이 됐고 또 개그콘서트의 경험이 뮤지컬 할 때 큰 도움을 줬거든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뭐든지 제 인생의 발걸음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연말과 신년에는 뮤지컬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그 이후에는 정해진 것은 없지만 그는 “목소리로 팬들을 찾고 싶다”라는 바람을 정했다.

“개막을 앞둬서 기대감도 크고 걱정도 돼요. 열심히 준비한 만큼 잘 할 테니 뮤지컬 ‘젊음의 행진’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고요. 앞으로 최선을 다하는 신보라가 돼서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신보라’로 남고 싶습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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