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은이 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2015 슈퍼시리즈’ 1차전에서 경기 MVP로 선정된 뒤 밝게 웃고 있다.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53km 강속구에 포크볼까지 일품
포수 강민호 “커브까지 구위 최고”
첫 등장부터 강렬하다. 이대은(26·지바롯데)이 대표팀의 희망임을 입증하며 국내 팬들에게 선을 보였다.
이대은은 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2015 서울 슈퍼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 김광현(SK)에 이어 2번째 투수로 나서서 탈삼진 3개를 포함해 4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다. 단 한 타자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으며 쿠바 타선을 잠재웠다.
이대은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거였던 그는 올해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에 입단했지만, 여전히 국내 팬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날 경기가 지상파TV SBS를 통해 생중계되면서 이대은은 순식간에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이대은이 역투하는 동안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는 그의 몫이었다.
4회초 등판한 이대은은 곧장 시속 150km대의 강속구를 선보였다. 최근 한국프로야구에서 사라지고 있는 우완 정통파, 그것도 파이어볼러의 등장이었다. 2008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9회 병살타로 땅을 쳤던 쿠바 중심타자 율리에스키 구리엘은 이날 최고 구속을 기록한 이대은의 153km짜리 직구에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나고 말았다.
공 6개로 4회를 마친 이대은은 7회까지 4이닝을 모두 삼자범퇴로 마감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평균 148km의 강속구는 물론, 뚝 떨어지는 포크볼도 일품이었다. 6회부터는 포크볼 비율을 늘렸는데,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공에 쿠바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이대은은 이날 직구 21개, 포크볼 12개, 투심패스트볼 7개, 슬라이더 3개, 커브 1개를 구사했다. 쿠바 타자들이 추풍낙엽처럼 무너지면서 예정된 투구수 60∼70개는 채울 수 없었다. 44구로 4이닝을 마치고, 다른 투수들의 컨디션 점검을 위해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대은은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대표팀 마운드의 열쇠를 쥐고 있다. 에이스 김광현이 있지만, 원투펀치 역할을 할 또 다른 선발투수가 필요했다. 포수 강민호(롯데)는 경기 전 이대은의 피칭에 대해 “시즌 뒤 휴식을 취해 베스트는 아니라고 하더라. 난 커브가 좋은 것 같았는데, 본인은 포크볼이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대은의 느낌대로 포크볼은 일품이었다. 강민호가 좋은 인상을 받은 커브는 채 선을 보이지도 않았다.
일본프로야구 경험이 이대은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다. 그는 일본 타자들에 대해 “야무지고 끈질기다. 제구가 안 되는 날이면 일부러 안 치는 게 보일 정도”라며 “원래 직구를 많이 던지는 스타일인데 불펜투수로 나가면서 변화구를 늘렸다. 그게 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힘으로 윽박지르면서 위력 있는 변화구를 더해 효과적인 승부를 펼쳤다.
이대은은 이날 승리투수가 되면서 데일리 MVP로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대표팀 소집일에 “친한 선수가 없다”며 쑥스러워하던 그는 훈련을 거듭하면서 “선후배들과 친해지니 점점 재미있다”며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강렬한 호투로 대표팀과 팬들에게 보답했다.
고교졸업후 국내 첫 등판…편하게 던졌다
●이대은(지바롯데)=고교 졸업 이후 한국에서 첫 실전등판이라 처음에 긴장했는데,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긴장이 풀리더라. 그래서 편하게 던졌다. 볼 배합은 강민호 선배의 리드에 (고개) 한번도 안 흔들고 그대로 던졌다. 으로 어느 팀과의 경기든 나가면 정말 잘 던지고 싶다. 잘 맞은 타구가 몇 개 나왔지만,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포크볼도 만족했다. 고척돔은 일본 돔구장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 돔에서 많이 해서 새로운 건 못 느꼈다. 다만 불펜이 지하에 있어서 계단을 많이 올라와야 했던 건 힘들었다. 불펜투수들이 힘들 것 같다.
고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