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촌스러운 ‘응답하라1988’의 생존 전략

입력 2015-11-05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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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다면 ‘폭삭’ 망할 것이다. 그만큼 ‘응답하라’ 시리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다.

tvN 새 금토드라마 ‘응답하라1988’(이하 ‘응팔’)은 복고 열풍을 일으킨 ‘응답하라1997’(2012), ‘응답하라1994’(2013)에 이은 세 번째 ‘응답하라’ 시리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시리즈물이 지닌 반복 위험성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

제작진 역시 간과하지 않은 부분이다. 5일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원호 PD는 “새로운 걸 하고 싶다. 그런데 시청자 중에는 또 다른 시대를 보고 싶다는 분들이 있더라. '응답하라' 시리즈는 망할 때까지 해야 할 거 같다"며 "세 번째도 잘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잘 될리 없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렇다보니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게 됐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응팔’은 2015년 판 ‘한 지붕 세 가족’을 콘셉트로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벌어지는 우리의 가족, 이웃,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빚보증을 잘못 서 생활은 어렵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동일이네 가족(성동일, 이일화, 류혜영, 혜리, 최성원)과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졸부 3년 차 성균이네 가족(김성균, 라미란, 안재홍, 류준열)을 중심으로 한 가족 이야기와 쌍문동 골목친구 5인방 성덕선(혜리), 김정환(류준열), 선우(고경표), 택(박보검), 동룡(이동휘)의 우정 이야기가 펼쳐진다.


관전 포인트는 가족애, 추억이다. 작품이 흥행하려면 88년도를 추억할 수 있는 세대와 tvN의 주요 시청자 층인 젊은 세대를 모두 사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난제가 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KBS 주말드라마의 주제, 시청자 층과 겹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에 대해 신원호 PD는 “‘응팔’은 엣지가 없다. 아예 포기한 건 아니지만 경쟁해서 이길 자신은 없다. 금요일과 토요일 편성은 제작진 의견이지만 오후 7시50분이라는 시간대는 우리 권한이 아니었다"며 "KBS 주말드라마는 이미 20~30%가 나오는 거대한 프로다. 대적해서 성과를 얻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 다만 시청자들이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반응만 준다면 행복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가족 이야기가 강렬한 인상을 주려면 누군가가 암에 걸리고 죽어야한다. ‘응팔’은 20회를 모두 가족 이야기로 꾸몄다. 오그라들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가족극을 만들려고 했다”며 “앞선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가 있는데 가족 이야기가 남편 찾기에 가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응팔’만의 매력을 설명했다.

규모가 크고 세련된 작품이 흔해진 현재, 추억과 촌스러움을 무기로 출사표를 던진 ‘응팔’이 이번에도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6일 오후 7시50분 첫 방송. (총 20부작)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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