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주연 욕심? 길 위에 난 작은 돌이면 어때요”

입력 2015-11-12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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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평범한 얼굴, 하지만 김민재만이 지닌 ‘무기’다.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마치 오래 입은 옷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스포츠동아DB

지극한 평범한 얼굴, 하지만 김민재만이 지닌 ‘무기’다.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마치 오래 입은 옷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스포츠동아DB

■ SBS수목극 ‘마을’ 감초 연기자 김민재


내 장점은 평범한 얼굴, 캐릭터 제한 없어
대사 한 줄이라도 잘 표현하는데 더 신경


실제 경찰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자주 듣는다. 경찰 제복이 제 옷인 양 누구보다 잘 어울리고, 파출소에서 전화를 받고 민원을 처리하는 모습이나 평범한 얼굴, 다부진 몸 등 외형적인 조건까지 모두 갖췄다.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한 경사 역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연기자 김민재(36) 이야기다.

그는 한 마을에서 발견된 의문의 주검을 파헤치는 과정을 다룬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을 도우며 사건을 함께 풀어나간다. 보기 드물게 짜임새 있는 추리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으며 현재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범인을 두고 한바탕 설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드라마는 최근엔 경찰관인 김민재까지 의심받는 상황에 놓이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극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되자, 그는 “딱 거기까지”라고 선을 그었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현장에서 PD와 연기자들의 소통이 원활하니 캐릭터 반영이 잘 된 것이다. 주위에서도 예상한 것보다 반응이 좋다고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는데, 날 캐스팅을 해준 PD 덕분이다.”

김민재는 최근 안방극장에서 떠오르는 ‘신 스틸러’로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 ‘스파이’ ‘쓰리데이즈’ 등에서 국정원 요원과 대통령 경호원 등을 실감나게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이미 수십편의 영화를 통해 얼굴을 알렸고, 최근 영화 ‘베테랑’에서는 소심한 비리 형사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조단역이라고 해도 15년차 연기 경력에 비해 얼굴과 이름이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그는 “주인공이 있으면 조력자가 있는 법이다. 조연은 해야 할 일이 정확하게 있다”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길 위에서 난 하나의 작은 돌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갈수록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부담과 책임감도 그만큼 커진다고 했다.

“어느 날 누가 ‘너는 왜 캐릭터를 잡아서 뜨려고 하지 않느냐’고 묻기에, 과거에 봤던 한 다큐멘터리가 떠오르더라. 사자가 사슴을 잡아먹기 위해 쫓아가는데, 과연 ‘누가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자는 눈에 들어온 사슴을, 살기 위해 잡아먹는 것일 뿐이다. 사슴은 또 살기 위해 도망가는 거다. ‘나 혼자 열심히 살고 있지 않나’ 반성하게 되더라.”

그래도 결론은 하나다. “주목 받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그래도 욕심내지 않는 것이다.

“중요한 건 작가의 마음을 잘 전달하는 거다. 대사 한 줄이라도 잘 표현해야지, 그걸 나를 위해 쓴다면 작품을 훼손할 수도 있다.”

그래도 자신의 튀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얼굴이 한 몫하고 있는 것 같다고 뿌듯해 했다. 하지만 이는 단박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는 단점일 수도 있다.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연기자로서 큰 장점”이라고 했다.

“특출한 얼굴이 아니라 경찰관을 시켜도 되고, 중국집 사장님을 시켜도 되는 얼굴 아닌가. 조직폭력배는 더 잘 어울린다. 하하! 특별히 눈에 띄지 않고, 역할에 한계성을 두지 않고 오랫동안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게 ‘신 스틸러’ 김민재가 사는 법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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