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조준 봉준호 감독의 ‘옥자’…국내 영화판도 흔드나?

입력 2015-11-13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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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영화감독. 동아닷컴DB

봉준호 영화감독. 동아닷컴DB

세계 최대 동영상스트리밍 ‘美 넷플릭스’
제작비 578여억원 투자…내년 한국 진출
극장 편중 영화 관람 분위기 바뀔지 관심

미국으로 향하는 봉준호(사진) 감독이 맞춤형으로 새로운 ‘판’을 짰다. 2013년 ‘설국열차’로 실험을 끝낸 그가 ‘격’이 다른 방식으로 세계시장을 노크하면서 그 영향이 국내 영화계로까지 미칠지 주목받고 있다.

영화 ‘옥자’는 사연 많은 동물과 산골 소녀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 봉준호 감독은 2017년 개봉을 목표로 한국영화는 물론 합작영화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로 제작을 추진한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미국 넷플릭스로부터 유치한 제작비만 5000만 달러, 약 578억원이다. ‘설국열차’보다 100억원 이상 많은 액수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자체 제작 드라마나 영화 투자를 통해 확보한 대량의 콘텐츠로 세계 시장에서 막강한 파괴력을 발휘하는 업체로, 내년에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옥자’의 투자사가 넷플릭스라는 사실은 여러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온라인 배급이 기반인 넷플릭스와의 만남은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는 봉 감독의 현재 상황에서 ‘최적’이라는 평가다. 극장 상영의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더 넓은 시장에서, 더 많은 관객에게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서다. 현재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수는 약 6000만명이다.

특히 ‘설국열차’의 북미 개봉 당시 현지 배급사 와인스타인과 이견으로 재편집 과정을 거쳤던 봉 감독으로서는 넷플릭스와 만나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온전히 내놓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섰다는 평가다. 봉 감독이 “완벽한 창작의 자유가 필요했고 이번 만남은 감독으로서 진정 환상적인 기회”라고 밝힌 이유다.

‘옥자’를 기점으로 극장에 집중된 영화 관람 분위기도 변화할지 관심이 높다. 물론 ‘옥자’는 극장에서 개봉할 계획이지만, 메인 투자사인 넷플릭스가 온라인 배급망을 어떻게 활용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의 변화 가능성은 있다.

또 넷플릭스가 한국영화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를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도 나온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12일 “이미 할리우드 메인 스튜디오인 워너브라더스가 송강호의 ‘밀정’을 시작으로 한국영화 투자에 본격 나섰듯 넷플릭스의 전략을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공동제작사인 플랜B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의 ‘옥자’ 참여 가능성은 국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 ‘월드워Z’ ‘노예12년’까지 브래드 피트가 자신의 제작 영화에 빠짐없이 출연했다는 사실에서 기대가 더해진다.

한편 봉 감독은 미국 안방극장까지 공략한다. 11일 할리우드리포트 등 미국 매체는 “봉준호의 ‘설국열차’가 TV드라마로 제작된다”고 알리며 “판권을 구입한 회사와 각본가 모두 ‘설국열차’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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