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두산의 소방수는 내년에도 왼손 이현승(32)이다. 두산 김태형(48·사진) 감독이 공언했다. 김 감독은 “이현승은 다음 시즌에도 붙박이 마무리로 쓸 생각이다. 이제 자기 자리를 제대로 찾은 것 같다”며 “마운드에서 설령 공이 좋지 않아도 기로 누르는 부분이 있다. 마무리투수로서 능력을 갖춘 선수”라고 밝혔다.
사실 마무리투수는 김 감독이 취임 직후부터 고민해왔던 자리다. 첫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확실한 마무리투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마무리투수를 먼저 정한 뒤 선발과 불펜의 보직을 확정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선택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캠프에서 소방수로 낙점됐던 노경은이 불의의 턱 부상을 당한 데다, 이현승까지 시범경기에서 손가락을 다치면서 계획이 꼬이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 소방수를 맡았던 윤명준과 노경은은 끝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다행히 6월 들어 이현승이 1군에 돌아오면서 두산 불펜은 조금씩 힘을 받기 시작했다. 가장 안정적인 기량을 뽐낸 이현승이 자연스럽게 소방수 자리에 투입됐다. 무엇보다 포스트시즌 내내 뒷문지기로 큰 위력을 발휘했다. 우승 직후 김 감독이 “이현승을 마무리로 돌린 게 올해 가장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윤명준에게 감독이 너무 부담을 줬고, 노경은도 자기 페이스를 못 찾았는데, 이현승이 자리를 잡아주면서 우승하게 된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을 정도다.
이현승은 여세를 몰아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대표팀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14일 멕시코전에선 4-3으로 단 1점 앞선 9회 2사 2루서 마운드에 올라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한국의 8강 진출을 확정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승리를 지켜내는 법을 완전히 터득한 모습이다. 김 감독은 “이현승 덕분에 고민거리 하나를 덜었다. 재주가 많고 능력이 많은 선수”라고 거듭 믿음을 표현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