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한 장면. 사진제공|노바미디어
‘이터널 선샤인(사진)’의 전략이 통했다.
재개봉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10년 전 첫 개봉 때 거둔 성적보다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2005년 11월10일 개봉 당시 국내에서 16만8691명(영화진흥위원회)을 모았지만 이달 5일 재개봉 이후 15일까지 열흘간 13만9535명을 동원했다. 평일 평균 1∼2만 명씩 모으는 만큼 이르면 18일, 늦어도 19일에는 10년 전 기록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최근 극장가에 재개봉 영화가 급격히 늘지만, 원년 개봉 성적을 뒤집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상영관 수도 늘었다. 처음 50여개 관에서 출발, 60여개로 늘었고 18일부터 서울지역 극장 서너 곳이 추가된다.
‘이터널 선샤인’의 인기 원동력은 ‘역발상’에 가까운 틈새 전략으로 가능했다.
먼저 최근 한국영화가 꺼리는 멜로장르로 거둔 성과란 점이 눈에 띈다. 멜로는 가을과 가장 어울리는 장르로 꼽히지만 11월 극장가에는 한국영화는 물론 외화까지 눈에 띄는 멜로영화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멜로를 향한 관객의 선호가 ‘이터널 선샤인’에 집중됐다는 평가다.
배급사 노바미디어는 16일 “올해 영국 BBC가 뽑은 2000년대 멜로영화 1위를 차지할 만큼 자주 거론된 멜로”라며 “그 감성이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크린을 싹쓸이하는 블록버스터가 없는, 비교적 느슨한 극장 상황도 주효했다. 결과적으로 ‘적기’에 개봉했고, 덕분에 관객 접근성이 높은 CGV 등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으로부터 60여 개의 스크린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고전’으로 불리는 20∼30년 전 영화가 아니라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공개된 영화로서 거리감이 크지 않다는 사실 역시 적중했다. 이로 인해 ‘이터널 선샤인’의 성공은 비교적 최근작의 재개봉 러시를 불러올 가능성이 상당하다. 당장 12월3일에 뱀파이어 소재를 새롭게 개척한 스웨덴영화 ‘렛미인’이 재개봉한다. 국내에서 공개된 지 불과 7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