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브레이크] 프로농구도 ‘형님 리더십’ 시대

입력 2015-12-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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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6개 팀은 1970년대생 프로선수 출신 사령탑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올 시즌 사령탑으로 데뷔한 김승기 KGC 감독대행(왼쪽)과 조동현 kt 감독도 1970년대생 ‘젊은 사령탑’이다. 사진|스포츠동아DB·KBL

KGC 김승기 대행·kt 조동현 감독 등
젊은 사령탑들 ‘호통’보다 ‘소통’ 중시
카리스마 대신 온화함으로 팀 이끌어


“야, 똑바로 안 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코트를 쩌렁쩌렁 울리는 감독의 불호령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TV중계 카메라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오는 작전시간에도 외부의 시선은 전혀 개의치 않는 감독의 본능은 전혀 의도치 않게 독특한 볼거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남자프로농구에선 감독들의 급격한 세대교체와 더불어 강렬한 카리스마 대신 온화한 ‘형님 리더십’이 주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프로야구에는 내년 우리 나이로 일흔다섯 살이 되는 김성근 한화 감독을 필두로 백전노장들이 즐비하다. 조범현(55) kt 감독, 김경문(57) NC 감독 등 여전히 눈빛 하나만으로도 수십 명의 선수단을 장악하는 카리스마 강한 사령탑들이 KBO리그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물결도 존재한다. 2010년대 초반부터 류중일(52) 삼성 감독, 김기태(46) KIA 감독 등 비교적 젊은 사령탑들을 중심으로 ‘형님 리더십’으로 불리는, 소통을 중시하는 팀 운영이 주목을 받아왔다.

남자프로농구에선 허재(50), 전창진(52) 전 감독 등이 ‘열혈남아’로 유명했다. 이들은 코트 밖에선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등 큰 형 같은 존재였지만, 훈련이건 실전이건 코트에 들어서면 불같은 열정으로 선수단을 휘어잡았다. 그러나 최근 감독들의 급격한 세대교체로 인해 10개 팀 중 6개 팀이 1970년대생 프로선수 출신 사령탑을 맞았다. 문경은(44·SK), 김승기(43·KGC), 추승균(41·KCC), 이상민(43·삼성), 김영만(43·동부), 조동현(39·kt) 등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의 젊은 사령탑들은 이전 세대와는 달리 선수들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곤 한다.

김승기 감독대행은 현역 시절 ‘터보가드’로 불리며 근성을 상징하는 존재였지만, 지도자 변신 이후에는 좀처럼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침착한 음성으로 선수들을 이끈다. 전창진 전 감독 밑에서 오랫동안 코치로 일한 그는 꼼꼼한 ‘전술 DNA’는 계승하면서도 선수단은 부드럽게 이끌어 ‘온화한 전창진’으로 불리기도 한다. 개막 이전부터 팀 안팎이 어수선했던 데다 ‘대행’ 꼬리표까지 달고 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상위권을 지키며 성공적인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의 자만이나 작은 일탈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호랑이 선생님’ 유재학 감독(모비스) 밑에서 코치를 시작한 조동현 감독도 유일한 30대 사령탑답게 한 발 더 다가서는 부드러운 소통으로 팀 재건을 지휘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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