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때보다 더 많은 캐디아빠…왜?

입력 2015-12-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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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현대차중국오픈 포토콜. 사진제공|KLPGA

‘中대회 늘어난 이동 경비 줄이기’ 나서
탈락 선수는 항공스케줄 맞춰 남기도

“수박이라도 한 조각 더 먹고 나가.”

13일 오전 7시30분. KLPGA투어 2016시즌 개막전 현대차 중국여자오픈 최종라운드를 앞둔 중국 하이난 하이커우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오전 일찍부터 경기를 시작해야 하는 프로골퍼들은 하루 세끼를 챙겨먹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우승 경쟁을 펼쳐야 하는 선수들은 오전 10∼11시 전후로 경기를 시작하기에 점심을 거를 수밖에 없다. 그런 선수들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한술이라도 더 떠 먹이는 일이다.

아침을 먹고 나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다. 선수들은 각자의 티오프(경기 출발 시간)에 맞춰 티잉 그라운드에 오르기 전까지 저마다 짜여진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연습장으로 이동한 선수들은 샷과 퍼트, 쇼트게임 등을 점검한다. 드라이버나 아이언 샷을 먼저 점검한 뒤 나중에 퍼트 연습을 하는가 하면, 반대로 퍼트, 쇼트게임에서 풀 스윙의 방식으로 연습하는 선수도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각자 자신만의 정해진 루틴에 따라 움직인다. 연습시간은 보통 40분에서 1시간 반 정도다.

하나둘 경기를 시작하면 북적댔던 연습그린과 드라이빙레인지도 조금씩 한산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조 선수까지 모두 빠져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는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이색 풍경도 자주 목격됐다. 먼저 딸의 캐디백을 메는 아버지캐디다. 국내대회보다 더 많다. 이유는 경비절감이다. 중국에서 대회를 하면 이동경비가 많이 든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항공료와 숙식으로 200만원 안팎의 경비를 썼다. 캐디까지 동반할 경우 별도의 캐디피와 경비를 제공해야 하기에 부담은 더 커진다. 뿐만 아니라 세금도 더 많이 내야 한다. 아버지가 캐디를 하면 경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낯선 풍경도 펼쳐졌다. 경기가 한참 진행 중임에도 그린과 드라이빙레인지에서 연습하고 있는 선수들이 보였다. 예선 탈락했거나 중도에 실격된 선수들이다. 국내였더라면 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대회가 열릴 때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대회장에 남아 있다. 이유는 역시 경비절감이다. 항공 스케줄을 변경하려면 추가 수수료를 내야 한다. 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선수들에겐 이 역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느니 현장에 남아 편하게 연습이나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하이난(중국)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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