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기죽은 중국 “한국골퍼 2진 보내주오”

입력 2015-12-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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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축하해!”13일 열린 현대차 중국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박성현(왼쪽에서 두 번째)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동료들이 달려와 물세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KLPGA

올 현대차 중국오픈 ‘톱10’ 모두 한국선수
공동개최 중국, 10년째 우승 한번도 못해
중국기자들 “한국 2진선수들 와야 경쟁”

“다음부터는 2진급 선수들로 보내 주십시오. 중국선수들이 기가 죽어서 경기를 더 못하는 것 같아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와 중국여자프로골프(CLPGA)투어가 공동 주최하는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총상금 55만 달러)은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이 대회는 한국과 중국여자골프의 발전을 위해 공동 개최되고 있다. KLPGA투어에서는 다음 시즌 개막전으로, CLPGA투어는 시즌 최종전이자 내셔널타이틀로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10년째 중국여자골프는 한국여자골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13일 중국 하이난 하이커우골프장 블랙스톤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우리 선수들끼리의 우승 경쟁이 펼쳐졌다. 한국의 박성현과 김효주, 장수연이 챔피언조로 경기에 나섰고, 바로 앞 조에는 전인지, 박결, 윤선정이 경기했다. 10번의 대회가 열리는 동안 중국과 한국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커지는 느낌이다. 중국의 여자골프도 성장했지만 그보다 한국여자골프의 성장이 더 컸기 때문이다.

역대 성적만 봐도 두 나라의 실력 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대회까지 우승자는 모두 한국선수들이 차지했다. 김효주가 3번, 신지애와 김혜윤 2번, 장하나, 유소연, 최혜용이 한 차례씩 우승했다. 중국선수 역대 최고 성적은 2011년 샤먼에서 열린 6회 대회(김혜윤 우승)에서 기록한 펑샨샨의 2위였다.

이번에도 결과는 한국선수들의 잔치로 끝이 났다. 한국은 52명이 출전해 42명이 예선을 통과했다. 그리고 1위부터 공동 10위까지의 리더보드를 온통 태극기로 물들게 했다. 반면 중국은 33명이 출전해 예선을 통과한 선수가 14명에 불과했다. 톱10에는 한 명도 들지 못했고, 시유팅이 공동 13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여자골프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은 부러움 그 자체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진행되는 기자회견에서 중국 언론들은 한국선수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한국여자골프가 왜 강한지를 몇 번이고 되물었다. 또 아직은 중국의 여자골프가 한국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중국 인민일보의 골프담당기자는 “한국선수들은 정말 골프를 잘 친다. 올해도 중국선수들은 따라가기 힘들었다. 7월 금호타이어여자오픈(웨이하이에서 열리는 대회) 때도 마찬가지지만 아직은 경쟁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내년부터는 상금을 줄이더라도 한국에서는 2진급 선수들만 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중국선수들도 경쟁이 될 것 같다. 갤러리들도 중국선수를 응원하기보다는 한국선수들을 따라다니면서 사진만 찍고 있다”고 부러워했다. 푸념처럼 들렸지만 수십 년 동안 한국을 상대로 제대로 힘을 못 쓴 중국축구의 ‘공한증’이 떠올랐다.

하이난(중국)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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