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송승준 “롯데는 나에게 자부심…우승 목표 농담아니다”

입력 2015-12-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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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준은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한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4년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마친 뒤 “우리 팀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 1992년에 마지막으로 우승했다”며 부산 토박이로 롯데의 우승을 함께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스포츠동아DB

■ FA 재계약 ‘영원한 롯데맨’ 송승준

“1992년 마지막 우승 함성, 여전히 생생
FA 책임감,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줄 것”

데뷔 후 줄곧 같은 팀 유니폼을 입고 뛰다가 은퇴하는 것은 선수에게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훈장은 극히 일부 선수들에게만 허락된다. 롯데의 토종 에이스 송승준(35)도 이번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통해 ‘영원한 롯데맨’의 길로 들어섰다.


사직 마운드 처음 오르던 날, 1992년 우승 함성 떠올랐다!

송승준은 2007년 해외진출선수 특별지명을 통해 롯데에 입단했다. 부산 하단초∼경남중∼경남고 출신으로 부산에서 나고 자란 ‘부산 토박이’다. 롯데 야구를 보면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고, 사직구장을 바라보며 프로선수로 우뚝 설 미래를 그렸다.

1999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웠던 송승준은 빅리그 승격 직전 불의의 부상으로 고배를 마신 뒤 한국에 돌아왔다. 처음 롯데 유니폼을 받았을 땐 별 느낌이 없었다. 그러나 2007년 4월 21일 사직 현대전에 구원등판해 처음 사직구장 마운드를 밟았을 때, 전율이 흘렀다. 송승준은 “우리 팀이 1992년,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마지막으로 우승을 했다. 처음 사직구장 마운드에 올랐을 때, 1992년 관중석에서 듣던 함성이 ‘이 느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울컥했다”고 회상했다.


롯데에 대한 자부심, 프랜차이즈 증명하겠다!

그에게 롯데는 어떤 의미일까. 송승준은 “처음 FA를 신청할 때 ‘내가 이 팀이 아닌 다른 팀에 갈 수 있나’하고 되뇌었는데 기분이 이상했다”며 “또 시즌 마지막 등판 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강판될 때, 주형광 코치님께서 공을 들고 올라오시는데 ‘마지막이면 어떡하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됐다. 무의식중에 결과를 떠나서 인사는 해야 되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주변에서 ‘왜 롯데를 좋아하냐’고 많이 물어본다. 집에서 곰곰이 생각해봐도 내 자신에게도 답을 못하겠더라. 그냥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자부심을 느낀다”며 웃었다.

FA 계약을 통해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고(故) 최동원, 윤학길, 염종석, 주형광 등 부산 출신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계보를 잇는 것이다. 송승준은 “내가 계보를 이을 후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4년을 더 뛰면 팀의 선발등판 기록을 갈아 치울 기회는 있다. 내가 롯데의 프랜차이즈라는 모습을 심어주고 싶은 게 개인적인 욕심”이라고 밝혔다.


● 우승은 당연한 목표,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겠다!

송승준은 “내가 계약 후 우승에 대한 얘길 꺼냈을 때, 팬들이 냉소적으로 보시더라. 선수라면 우승은 당연한 목표다. 우승했을 때 우리 선수들이나 팬들이 어떻게 할지 상상이 된다”며 “은퇴시기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꼭 한 번 기쁨을 누려보고 싶다. 만약 우승한다면, 그 순간 가장 먼저 뛰쳐나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5일 사이판행 비행기에 오른다.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들기 위함이다. FA의 책임감이 벌써부터 그를 감싸고 있다. 송승준은 “FA 계약을 안 해봐서 몰랐는데, 엄청난 책임감이 있다. 계약을 떠나서 내가 아직 안 죽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크다. 일부 팬들이 ‘나이 많아서 다 됐다’ 이런 얘길 하는데, 그게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속에서 끓어오른다”며 “야구를 하면서 자존심 하나로 버텨왔다. 그런 시각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팬들께서도 좀더 가족 같은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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