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시험대 오른 세 감독 ‘응답하라 2016’

입력 2015-12-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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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삼성 류중일 감독-넥센 염경엽 감독(맨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김 감독, 역대급 FA 투자 구단 만족 시켜야
류 감독, 마운드 전면개편 등 팀 재건 불가피
투·타 기둥 잃은 염 감독 ‘육성야구’ 본격화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 출전한 야구국가대표팀을 지휘한 김인식(68) 감독은 여러 연말 시상식에서 특별상 또는 공로상을 받을 때마다 “모두 선수 덕분이다. 선수가 잘하면 감독은 따라서 올라가게 돼 있다”고 겸손해했다. 그러나 김 감독이 ‘국민감독’으로 불리는 것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팀 전력을 극대화해낸 리더십과 전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화 김성근(73), 삼성 류중일(52), 넥센 염경엽(47) 감독. 모두 올 시즌까지 지략이 빼어나고 팀을 이끄는 능력이 뛰어난 사령탑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들 감독은 내년 시즌 올해와는 전혀 다른 환경의 팀을 지휘한다. 지금까지의 성과가 과장된 명성이었는지, 선수 복이었던 것인지, 능력 있는 프런트 덕분이었는지 판가름 나는 진짜 시험대에 오른다.

김성근 감독은 프로야구 감독으로만 21시즌을 보냈다.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이다. 백전노장은 지금까지 약팀을 선두권으로, 신생팀을 강팀으로 만들며 KBO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깊은 내공과 기민한 전술이 장점이지만, 정도를 벗어난 파격적인 선수 기용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한화는 2016년 김성근 감독에게 지난 3년간 FA(프리에이전트) 보상금액을 포함한 약 500억원이 투자된 팀을 맡긴다. 외국인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재계약하면서도 190만달러(약 22억5000만원)를 투자했다. 2000년대 중반 삼성이 과감한 FA 투자로 인해 ‘돈성’으로 불렸는데, 2010년대 중반 한화는 훨씬 통이 컸다.

김성근 감독은 다양한 팀에서 스타 대접을 받다 한 팀에 모인 선수들의 화학적 결합뿐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야구색깔까지 투영시켜야 한다. 거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에는 투혼이 미덕이 아니라 꾸준한 출장이 본인과 팀을 위한 첫 번째 약속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금까지 빛을 보지 못했거나 성장 중인 선수들의 향상과 투지를 이끌어내는 데서 능력을 보여줬지만, 내년 시즌에는 전혀 다른 차원의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류 감독은 지난 5년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임’을 입증한 사령탑이다. 아무리 완성된 전력이라도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 보배가 아니라 하나의 구슬에 불과할 뿐이다. ‘열린 귀’가 강점인 류 감독은 ‘형님 리더십’을 더해 삼성을 절대 강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삼성의 전력은 압도적이지 않다. 만약 윤성환, 안지만이 돌아오지 못한다면 마운드는 전면개편이 필요하다. NC로 떠난 3루수 박석민의 빈 자리도 메워야 한다. 막강한 전력을 지닌 팀을 운영하는 능력은 입증 받았지만, 이제 팀 재건 실력에 대한 성적표를 받아야 한다. 개장을 앞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맞춘 팀 전력 적용도 큰 숙제다.

넥센의 가을야구시대를 연 염 감독은 KBO리그에서 대표적인 지장으로 꼽혀왔다. 올해 메이저리그로 떠난 강정호(피츠버그)의 빈 자리를 김하성으로 채우며 또 한 번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사령탑 3년째를 맞아서도 선발투수 육성에선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더욱이 이번 가을과 겨울 박병호(미네소타), 유한준(kt), 손승락(롯데) 등 투타의 기둥들이 팀을 떠났다. 든든한 외국인 에이스 앤디 밴 헤켄까지 일본 세이부로 이적했다. 염 감독 스스로 큰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철저한 ‘매뉴얼 야구’에 리빌딩 버전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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