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SBS ‘임꺽정’ 주연배우 공모

입력 2015-12-1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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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12월 15일

최근 대웅제약이 1997년 방영한 우루사 CF를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을 통해 다시 선보이고 있어 화제다. 최근 복고열풍의 트렌드에 발을 맞춘다는 취지이다.

광고의 주인공은 연기자 정흥채. 건장한 체구를 자랑하며 ‘피로야 까불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해당 CF는 온라인상 상당한 화제를 모으며 누리꾼에게 신선함을 안기고 있다.

정흥채의 모습은 그의 출세작인 SBS 드라마 ‘임꺽정’을 연상시킨다. 그는 ‘임꺽정’을 통해 10년의 무명기를 보내고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그러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1994년 오늘, SBS가 ‘임꺽정’의 주연배우를 찾기 위한 공모를 시작했다. SBS는 그해 봄 한국 근대 리얼리즘 문학의 대표작인 벽초 홍명희의 소설을 원작 삼은 드라마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뒤이어 연기자 캐스팅에 나섰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임꺽정의 이미지를 가진 체구와 외형적 분위기를 지닌 기성 연기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제작진은 신인을 찾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한국적 호걸상’을 가진 연기자를 발굴하겠다”(이상 1994년 12월22일자 동아일보)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로부터 수개월의 세월이 지난 1996년 9월 마침내 무명의 정흥채가 임꺽정 역으로 캐스팅됐음을 알렸다. 당시 32세의 나이였던 그는 키 180cm에 83kg(캐스팅 이후 20여kg을 더 찌웠다)의 큰 체격, 선 굵은 얼굴에 부리부리한 눈매 그리고 바리톤의 음성을 지녔다. 1986년 연극 ‘끝없는 아리아’로 데뷔한 이후 ‘세일즈맨의 죽음’ ‘지저스 크라이스트’ 등 30여편의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닦은 탄탄한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태권도 유단자이며 쿵푸, 태껸, 검도 등 드라마 촬영에 필요한 다양한 무술 실력과 재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 연출자 김한영 PD는 그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재능과 열정을 확인하고 캐스팅했다.

정흥채는 1996년 11월10일 첫 방송 이후 30%의 시청률로 인기를 모은 드라마 덕분에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카리스마와 친근함을 오가는 모습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가 TV에 등장하기 시작할 무렵,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그것 역시 제약회사의 광고 때문이었다. 드라마가 한창 방송되던 1997년 3월, 한 제약회사가 신문광고를 내자 정흥채가 이에 대해 자신의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광고는 수염이 텁수룩하고 머리에 두건을 한 남자의 모습이 담긴 그림으로 구성됐다. 정흥채는 누가 봐도 ‘임꺽정’ 속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 역시 정흥채의 손을 들어줬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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