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국가대표 내야수’

입력 2015-12-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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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0세의 국가대표 내야수 프리에이전트(FA)는 매우 매력적이다. 그러나 두산을 제외하고 오재원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구단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오재원, 훈련소 다녀온 사이 ‘식어버린’ FA시장


두산을 제외하곤 관심 가지는 팀 없어
모그룹 상황 악화…몸값 하락 가능성


오재원(30)은 그동안 우리가 알던 ‘FA(프리에이전트) 미아’와 다르다. 흔히 ‘FA 시장 상황에 무지한 상태에서, 자기 실력을 과대평가하거나 원 소속구단의 홀대가 섭섭해서 뛰쳐나갔다 불러주는 팀이 없는 신세’가 FA 미아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오재원은 이런 케이스에 해당되지 않는다.

일단 30세의 국가대표급 2루수다. 2015시즌 타율 0.280(115안타)을 기록했고 20개의 2루타, 11개의 홈런, 31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2008년부터 두산의 확고한 주전이었다. 이런 선수가 활황세를 보인 FA 시장에서 아직도 계약을 하지 못했다. 훈련소에서 병역 의무를 마치는 시간을 보내 협상 기회 자체가 없었다지만, 사회로 나와서도 ‘무소속 상태’가 길어질 것이 유력하다. ‘경쟁팀이 많을수록 가격이 올라간다’는 협상의 기본을 놓치게 되자 빚어진 결과다.


● 오재원, 두산 아니면 갈 곳은 있나?


복수의 야구계 인사들은 21일 “이미 FA 시장이 닫힌 것 같다”고 전했다. 대다수 팀들은 오재원이 훈련소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는 불확실성을 감수하기보다는 미리 내년 전력구성을 마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오재원의 잠재적 구매 후보로 꼽혀온 KIA, 롯데, LG 등은 “잡지 않겠다”로 입장을 정리했다. SK는 외국인 내야수 헥터 고메즈를 뽑았고, 삼성은 내부 FA 박석민을 NC에 빼앗긴 마당에 외부 FA를 영입할 명분이 궁색하다. kt, 넥센, 한화, NC 등도 전력 구성상 오재원에게 눈길을 줄 개연성이 떨어진다. 결국 남은 팀은 두산뿐이다.


● 두산 “천천히 협상하겠다”

결국 수요자(구단)와 공급자(선수)가 단일화되자 FA 협상의 칼자루가 구단으로 넘어갈 상황이 발생했다. 게다가 오재원에게 더욱 불리한 것은 두산의 모그룹 사정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대대적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마당에 야구선수 한 명에게 대형투자를 감행하는 부담감을 짊어지기가 만만치 않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21일 “훈련소를 나온 오재원과 이미 한 차례 만났다. 천천히 협상하겠다. (미계약 외국인투수) 니퍼트 협상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김 단장은 “모든 것을 고려해 계약조건을 제시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덧붙였다. FA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두산과 오재원의 기묘한 협상은 어떤 결말을 보여줄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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