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뚝심의 나눔활동…홍명보의 진심

입력 2015-12-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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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그린타운FC 홍명보 감독. 스포츠동아DB

“개인의 명예를 위해 축구를 한 적 없다.”

중국 슈퍼리그 항저우 그린타운FC의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46·사진)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강조해온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는 분명했다. 스스로 명예를 향하진 않았을지언정, 축구는 그에게 큰 명예를 안겼다. 또 어렵게 쌓은 명예가 축구로 실추된 것도 사실이다.

잠시 현장을 떠났던 1년 반 동안에도 홍 감독이 빼놓지 않은 일이 있다. 나눔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장학재단(2002년 출범) 업무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기쁜 일이 있을 때나, 서글픈 일이 있을 때나 홍 감독은 변함없이 사회 환원을 실천했다. 나눔이란 말은 쉬워도 실행에 옮기는 이는 드문 현실 속에서 홍 감독은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만큼 홍명보장학재단의 활동범위도 상당하다. ▲아마추어 꿈나무 장학금 수여 ▲유망 수비수 대상 ‘코리아실드 프로젝트’ ▲전·현직 스타들이 참여하는 자선경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2003년 시작된 자선경기는 12월 최대 축구 이벤트로 꼽힐 정도로 관심이 높다.

22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홍 감독은 14번째 장학금 수여식을 열었고, 13번째 자선경기 ‘주식회사 건영과 함께 하는 셰어더드림풋볼매치 2015’ 개최를 공식 선언했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소아암 환우들에게 사랑을’이란 취지로 27일 오후 3시 장충체육관에서 열릴 이 경기는 K리거들과 중국·일본·독일 등지의 해외파 및 여자대표, 연예인이 함께 하며 풋살 형태로 치러진다. 수익금 대부분은 소아암 환우들에게 기부되며 다문화가정과 장애우,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도 쓰인다.

물론 어려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불황으로 스폰서 확보가 만만치 않았고, 후원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 홍 감독 본인도 바닥까지 추락했을 때는 ‘포기’란 단어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꾸준한 도움의 손길, 거듭된 관심이 있었다. 끝까지 장학재단에서 고락을 함께 한 이들도 외면할 수 없었다. 더욱이 선수들에게 유일한 휴식기, 그것도 연말연시를 쪼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지금은 선수들이 먼저 “올해도 (자선경기를) 여느냐”고 물어온다.

심지어 성탄절에 즈음해 독일 분데스리가와 달리 벅찬 스케줄을 소화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들까지 “우리도 참여하게끔 일정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해올 정도다.

당연히 홍 감독이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얼마나 계속할지 예측 못해도 지금껏 해온 모든 일 못지않게 소중하다. 인생에서 마지막까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그렇게 ‘산타 홍명보’는 2015년을 희망으로 채우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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