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롯데=우승 후보? 8위팀 찬양가는 ‘독’

입력 2015-12-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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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스토브리그 전력보강을 두고 나오는 ‘우승 후보’라는 평가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 가을야구 참가와 체질개선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조원우 신임 감독이 10월 16일 취임식 이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웃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실책 많은 내야 보강없이 불펜에만 98억 투자
3년째 매년 바뀐 사령탑에 리빌딩 방향 실종


2015년 스토브리그에서 롯데는 승리자 같다. 마치 정대현(37)과 이승호(34·SK)를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영입했던 2011년 스토브리그와 강민호(30)를 잔류시키고 장원준(30·두산)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 스토브리그의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올해는 송승준(35) 손아섭(27) 황재균(28) 등 ‘집토끼’들을 지켰고, ‘회장님의 말씀’에 따라 4년 총액 98억원을 들여 손승락(33) 윤길현(32)을 영입해 불펜을 강화했다. 일각에선 “가을야구는 당연하고, 우승까지 넘볼 후보”라는 얘기도 들린다. 2015시즌 8위에 그쳤던 팀을 둘러싼 ‘찬양가’가 당혹스럽게 들리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 보강의 방향성은 정확했는가?

2015시즌 최다실책 톱8 중 3명이 롯데 내야수였다. 롯데 내야수 4명은 두 자릿수 실책을 기록했다. 신생팀 kt(118실책)보다 불과 실책 4개가 적은 팀이 롯데였다. 그렇다고 롯데의 내야진이 수비력의 한계를 상쇄할 만한 공격력을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열심히 하는 것과 팀 승리의 기여도는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다. 그러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적이 걸렸는지, 롯데는 현대야구의 트렌드라고 할 득점력 강화보다는 당장 눈에 띄는 약점을 커버하는 불펜 보강에 자금력을 집중했다.

이미 롯데는 2011년 FA 시장에서 SK 출신 특급 불펜 정대현과 이승호를 총액 60억원을 들여 영입하고도 기대이하의 결과를 얻었다. 정대현은 고질적 무릎 부상에 시달렸고, 이승호는 한 시즌만 뛰고 NC에 특별지명으로 내줬다. 물론 과거가 꼭 반복되리란 법은 없다. 손승락과 윤길현이 기존 롯데 불펜투수들보다 좋은 투수들인 것은 데이터가 말해준다. 그러나 제한된 상황에서 등판이 제한되는 불펜은 필연적으로 옵션이 다양한 쪽보다 확실한 1명이 절실한 보직이다.


● 가을야구와 체질개선 사이에서!

어느덧 롯데는 2013년부터 3년째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2014년(김시진), 2015년(이종운), 2016년(조원우)까지 매년 감독이 바뀌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롯데 프런트가 추구한 목표들 또한 표류했다. 우승과 리빌딩 사이에서 널을 뛰었고, 현장과의 소통간격을 조절하는 데도 실패했다.

롯데 이창원 대표이사는 야구계의 상식을 깨고 초보 사령탑(이종운) 다음에 또 초보 감독(조원우)을 임명했다. 이는 일정부분 시행착오를 각오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신임 감독을 통해 장기적인 체질개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스토브리그에서 지갑을 연 것은 ‘단기성적을 수반하며 진행하는 리빌딩’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년차를 맞은 이 대표이사와 이윤원 단장이 임기 내 성과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순간, 벌써부터 ‘약체 감독’이라는 우려를 듣는 조 감독의 리더십은 손상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지금 롯데를 둘러싼 ‘우승 후보’ 평가는 ‘독’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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