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선마술사’ 잘 커준 유승호에게 설레고 싶다면...

입력 2015-12-23 07: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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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겨울 국내 한 이동통신사는 유승호와 이연희를 상대로 한 스타 데이트 게임 두 편을 공개했다. 이 게임은 PC를 이용해 스타의 연인의 시점이 되어 가상데이트를 즐기는 1인칭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 데이트 게임은 단순 홍보 이벤트임에도 온라인상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승호에게 촛불 고백을 받기 위한 고득점 공략법까지 등장했다. 이연희 게임이 출시 보름여 만에 20만명을 돌파한 반면 유승호 게임은 오픈 하루 만에 15만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국민 남동생’ 유승호를 향한 ‘여심’이 PC 앞으로 움직인 결과였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2015년 겨울, 이번에는 유승호 데이트 게임의 영화 버전이 등장했다. 유승호가 제대 후 처음으로 선택한 영화 ‘조선마술사’다.

‘조선마술사’는 조선 최고의 마술사를 둘러싼 사랑과 대결과 모든 운명을 거스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번지점프를 하다’ ‘혈의 누’ ‘후궁: 제왕의 첩’ 등을 연출한 김대승 감독의 신작이다.

극 중 유승호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조선 최고의 마술사 환희 역을 맡았다. 그는 환희와의 만남으로 운명을 거스르려는 공주 청명을 연기한 고아라와 러브라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유승호와 고아라의 알콩달콩면서도 절절한 러브라인은 멜로 영화를 표방하는 ‘조선마술사’ 전체를 아우른다. 3살 연상연하인 두 사람의 케미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

제작진이 4개월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담아낸 자연 풍경 또한 주요 관람 포인트.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을 닮은 고창 청보리밭을 비롯해 양평 설매재, 조선 10경 중 하나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화순 적벽 등 방방곡곡의 절경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영화 속 주요 무대인 ‘물랑루’(勿朗樓) 세트는 단순한 공간을 뛰어넘는다. ‘물랑루’에 대해 조화성 미술 감독은 “몽환적인 분위기와 여러 감정적인 부분을 호소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 굉장히 화려하고 신기한 풍경들이 많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물랑루는 80일 이상의 제작기간과 7억원 정도의 제작 비용을 들여 대형 야외 세트장으로 실제 건축에 가까울 정도로 견고하게 지어졌다. 이 어마어마한 세트장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와 화려한 영상미 그리고 4개월에 걸쳐 제작된 2000여벌의 의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영상미와 의상에 비해 CG 퀄리티는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조선마술사’에 앞서 ‘히말라야’와 ‘대호’를 본 관객들이라면 CG만 놓고 봤을 때 실망할 수 있다. 환희와 청명의 첫 만남부터 갈등까지 계속되는 다소 유치한 전개도 안타깝다. 특히 “나 종일 네 생각 밖에 안 해. 아주 불편할 정도로” “의주의 용광로인 날? 감히 사나이의 뺨을 후려쳐?” 등 과거 인터넷 소설에나 나올법한 대사는 탄식을 자아낸다.


이러한 데미지를 막아주는 ‘프리패스’ 카드는 역시나 유승호다. ‘왕의 남자’ 이준기를 연상케하는 긴 머리와 푸른 오드아이 등으로 치명적인 매력남을 완성한 유승호. 극 중 ‘의주의 용광로’로 불리는 그가 무심하게 선물을 건네는 장면과 “누이야”라고 나지막하게 부르는 장면은 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그는 환하게 웃기, 머리 쓸어넘기기, 백허그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키스 등 팬들이 취향을 저격하는 각종 고급 스킬로 화장실 갈 틈을 주지 않는다.

“실제로는 여자에게 말도 못 거는 성격”이라는 유승호는 2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조선마술사’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장면을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며 “이렇게 연기하면 청명에 대한 환희의 애틋함이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김대승 감독님 그리고 고아라 누나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유승호의 유승호를 위한 유승호의 의한 멜로 영화라고 봐도 무방한 ‘조선마술사’. 잘 자란 아역배우에서 이제는 진짜 사나이가 된 유승호의 팬이라면 필수 관람을 추천한다. 유승호뿐 아니라 고아라 곽도원 조윤희 이경영 박철민 손병호 조달환 등이 출연한 ‘조선 마술사’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12세 관람가이며 러닝타임 122분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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