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볼티모어 주전 경쟁 ‘예감이 좋다’

입력 2015-12-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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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선수에서 메이저리거까지!’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해 연습생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현수가 오랜 꿈을 이뤘다. 김현수가 24일(한국시간) 볼티모어와 공식 입단계약을 마치고 홈구장 오리올파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리코스포츠

■ 김현수 등번호 25번·KIM 새겨진 유니폼 입고 볼티모어 공식 입단

중견수 애덤 존스 외엔 스타 없어
실력 증명땐 주전 외야수 무혈입성
두켓 부사장 “홈서 많은 홈런 기대”


“입단식도 못 가는, 그런 것도 없는 연습생이었는데….”

김현수(27)가 볼티모어 공식 입단식을 마친 뒤 비 내리는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내뱉은 한 마디다. 고교 졸업반 때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해 신고선수(현 육성선수)라는 가장 낮은 곳에서 출발했지만, 모두의 꿈인 메이저리그 앞에 우뚝 섰다.

17일 오전 미국으로 출국한 김현수는 24일(한국시간) 볼티모어의 홈구장 오리올파크에서 공식 입단식을 하면서 뜻 깊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댄 두켓 부사장이 직접 건넨 등번호 25번과 ‘KIM’이 새겨진 홈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었다. 17일 현지 언론에 볼티모어와 2년 700만달러에 합의한 사실이 보도된 지 일주일 만에 정식으로 ‘오리올스맨’이 됐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거가 된 게 가장 기쁘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 지금 눈물을 흘리라면 흘릴 수 있을 정도”라며 “볼티모어는 좋은 팀이고, 나를 선택해준 팀이다. 붙어봐야 알 것 같지만, 최대한 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수(왼쪽)가 볼티모어 댄 두켓 부사장으로부터 직접 등번호 25번과 ‘KIM’이 새겨진 홈 유니폼을 건네받은 뒤 미소 짓고 있다. 사진제공|리코스포츠


먼저 빅리거의 길을 개척한 친구 강정호(28·피츠버그)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강)정호가 먼저 와서 정말 잘해줬기에 한국선수들을 좋게 봐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선수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지만, 그만큼 부담도 크다”며 “정호가 일단 와서 붙어봐야 한다고 얘기해줬다. 나도 도전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주전경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볼티모어의 선택에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만 하면 된다. 볼티모어는 올해 137경기서 타율 0.269에 27홈런 82타점을 기록한 중견수 애덤 존스(30)를 제외하면, 확실한 외야수가 없다. 김현수의 현실적 경쟁자는 놀란 레이몰드(32)로 올해 61경기서 타율 0.247에 6홈런 20타점을 기록했다. 91경기서 타율 0.202에 9홈런 31타점을 올린 라이언 플래허티(29)도 있지만, 주 포지션이 2루수인 멀티플레이어다.

물론 변수도 존재한다. 볼티모어가 여전히 FA 1루수 크리스 데이비스 잔류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이 경우, 트레이드로 영입한 강타자 마크 트럼보(29)가 1루가 아닌 외야로 향할 수 있다. 또 FA 시장에서 외야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30)에게도 관심을 갖는 등 추가 영입 가능성도 남아있다.

볼티모어 구단도 입단식에서 김현수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두켓 부사장은 “매우 기쁘다. 그는 한국에서 지난 9년간 최고의 타자였고, 프리미어 12 MVP(최우수선수) 등 국제대회마다 맹활약했다. 우리 팀에 매우 중요한 영입이 될 것”이라며 “그는 훌륭한 출루율을 가졌고, 한국에서 온 선수 중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이곳에서도 좋은 외야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28개의 홈런을 친 그는 이제 28세가 된다. 한국에서 보여준 홈런 생산력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는 짧은 스윙을 가졌고, 좌측이나 좌중간, 우측 등 구장 전체로 타구를 보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격 시 기다리는 능력과 빠른 공을 치는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홈구장에서 많은 홈런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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