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J KOO’ 구준엽이 알려주는 ‘EDM 1, 2, 3’

입력 2015-12-30 15: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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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이제는 ‘DJ KOO’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구준엽은 자타공인 한국을 대표하는 EDM(Electronic Dance Music) DJ이다.

국내 DJ중에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오리지널 UMF(Ultra Music Festival)에 초청됐으며, 지금도 국내는 물론 세계 전역의 페스티벌에 단골손님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DJ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구준엽이지만, 여전히 ‘클론의 구준엽’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이 많은데다가 최근 90년대 가요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가수가 아닌 DJ의 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뷰의 최초 목적은 DJ KOO의 새 싱글 ‘Best Night Of My Life’의 발매 때문이었지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의 DJ로서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먼저 DJ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구준엽은 “첫 이유는 가수를 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혼자서 가수를 한다는 게 무리였다. 내가 가창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혼자 하니까 나도 무섭고 안 되겠더라”라고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어 “가수는 아니더라도 다른 형태의 음악을 하고 싶었다. 일렉트로닉도 하고 싶었고, 춤에는 일가견이 있으니 클럽댄스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라고 DJ에 뜻을 품은 계기를 밝혔다.

물론 처음부터 그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구준엽 역시 곧 “힘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구준엽은 “원래 내가 했던 분야도 아니고 남의 영역에 들어간 거니, 어떻게 보면 기존 DJ들에게는 밥그릇 빼앗아먹으러 온 거같이 보였을 수도 있다. 또 DJ들은 밑바닥부터 시작하는데, 연예인은 시작부터 메인이니까 더 그랬을 거다. 그래서 난 너네 밥그릇 빼앗아먹으려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더 열심히 했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독학으로 시작했던 구준엽은 우연히 파티에서 만난 ‘바람’이라는 DJ의 음악에 좋은 인상을 받았고 그를 스승삼아 더욱 DJ 활동에 매진했다. 구준엽은 “TV에 노출이 안 되면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나는 그 10년간 클럽에서 계속 디제잉을 했다. TV가 아닌 이 씬에서 이름이 알려졌고 그래서 인정을 받았다. ‘Bob Bob Dee Lala’가 2013년에 싱글로 나왔는데, 국내에서는 음원이 나오면 인정을 해주는 편이다”라고 DJ에 대한 진심과 노력을 보여주었다.

사실 클럽에서는 EDM이 대세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그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곤 하지만, 국내 대중가요 전체로 놓고 봤을 땐 아직 마니아적인 장르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아직까지는 EDM과 EDM의 요소를 차용한 대중가요를 혼동하거나, EDM DJ와 힙합 DJ를 동일시하는 등의 상황도 발생한다.

하지만 구준엽은 “음악적 장르가 완전히 다르다. 힙합은 힙합이고, EDM은 일렉트로닉댄스뮤직이지 않나”라며 “디제잉도 (힙합DJ가 하는)스크레치와는 다르다. (EDM DJ는)스킬을 보여주기보다 플로어에 있는 사람들이 잘 놀게끔 유도하는 사람에 가깝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센스와 분위기가 끊어지지 않게 각 음악들을 잘 연결하는 것에서 잘하는 DJ와 못하는 DJ가 나뉜다”라고 설명했다.

또 구준엽은 초심자가 듣기에는 얼핏 다들 비슷하게 들리는 EDM이지만, 그 하위 장르도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구준엽은 “일렉트로 하우스, 테크노 하우스, 미니멀 하우스, 덥스텝, 트랩, 트로피칼 하우스 등등 어마어마하다. EDM이라고 꼭 화려한 것만은 아니고, 트로피컬 하우스나 미니멀 하우스처럼 듣기 편한 장르도 있다. 그 장르를 나눠듣는 재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EDM은 현재도 많은 대중가요에 그 요소가 차용되고 있으며, 실제 몇몇 아이돌 그룹은 자신들의 노래를 EDM 계열의 곡이라고 홍보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구준엽은 “가요는 그 소스를 차용한거지 EDM이라고 할 수 없다. 구성이 전혀 다르다”라며 대중가요와 EDM은 전혀 다른 장르라고 딱 잘라 말했다.

더불어 구준엽은 “가수의 음악이 퍼포먼스를 하기 위한 음악이라면, EDM은 DJ가아니라 리스너가 놀 수 있게 만드는 음악이다. EDM에서 드랍이라고 하이라이트 부분도 DJ가 아니라 관중들을 위한 거다”라고 그 본질적인 차이를 정의했다.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10년 넘게 DJ로 활동하며 베테랑의 반열에 들어선 구준엽은 K-EDM의 선봉장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구준엽이 소속된 마이다스ent는 일찍부터 EDM의 발전가능성에 주목하고 김창환 프로듀서와 함께 K POP을 이을 K-EDM의 개척에 힘써왔다.

구준엽 역시 한국적인 EDM의 탄생에 뜻을 함께하고 실제 실천하고 있다. 구준엽은 “옥타곤 같은 클럽은 전 세계 최고 클럽 랭킹 10위권에 들 정도로 유명한 클럽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친구들이 에너지가 넘쳐서 잘 논다. 그런데 EDM이 다 영어이다 보니 정작 우리나라 관객들은 ‘컴온, 알러뷰’ 처럼 간단한 부분이 아니면 따라하기 힘들다. 그걸 지루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나비’를 리믹스한 거다”라고 한국 관객들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또 신곡 ‘Best Night Of My Life’에 대해서 구준엽은 “외국을 겨냥해 만든 곡으로, 가사는 모두 영어로 써놓았다. 그래도 한국 클럽에 맞게 최대한 신나는 쪽으로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Best Night Of My Life’의 가사는 영어지만 한국 관객이라면 즐거울만한 부분은 존재한다. 바로 오랜만에 구준엽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으로, 구준엽은 “드랍부분 직전에 ‘Let Me See Fucking Jump’라는 가사가 있는데, 샘플을 쓰기보다 오랜만에 내 목소리도 들려주자고 직접 녹음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콜라보레이션도 하고 싶고, 프로듀서로도 활동도 시작할 계획이라는 구준엽은 “어릴 때도 그랬지만 먼 미래를 생각하거나 큰 꿈을 그리거나 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 흐르듯, 내 마음이 가는 쪽으로 가려한다. 특별히 원하는 것이라기보다 그냥 음악만 잘했으면 좋겠다. 원래 성격이 그랬다. 뭔가를 잘하는 사람은 멋있지 않나. 생긴 거나 다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할 때가 멋있다”라고 특유의 가치관을 밝혔다.

더불어 “나는 어릴 때도 그랬지만 미래를 생각 안한다. 30년 뒤를 꿈꾸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면 지금 내가 지친다. 진짜 친한 후배에게는 꿈도 크게 가지라고 안한다.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포기를 할 수가 있다. 꿈이 이뤄졌을 때 새로운 꿈을 꿔라’라고 말한다. 그게 내 지론이다.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다’가 아니라, 내년에 얼마나 더 잘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점점 더 잘하고 싶은 것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내년에 음악 더 잘할 거다. 그게 끝이다. 내년이 되면 또 꿈이 바뀔 거다”라는 DJ KOO에 어울리는 2016년 목표를 덧붙였다.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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