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 “위기가 곧 기회…새 야구장에서 다시 우승 도전”

입력 2016-01-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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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주축 투수들의 해외원정도박 스캔들로 지난해 통합 5연패에 실패했다. 2011년부터 정상을 지킨 ‘삼성 왕조’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의 수장 류중일 감독은 “올해도 우승을 목표로 달려간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DB

■ 프로야구 감독들의 새해구상

4. 삼성 류중일 감독

새 외국인선수 발디리스 3루 수비 안정적
1.5군에 기회…떠난 선수들 공백 메울것
이승엽 벌써 마흔…큰 부담은 주지 않겠다
새구장 투수에 불리…펜스 높이 조절 검토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도 아니지만, 하루아침에 망한 것도 아니다. 로마뿐 아니라 역사 속 수많은 제국과 왕조 또한 최전성기를 맞이하기 전 이미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다양하다. 지배계층의 타락 또는 반목, 암세포처럼 커지는 사회시스템의 모순 등에서 기인한다. 우리 역사 속 최강국이었던 고구려도 수나라·당나라의 전쟁에서 연이어 승리했지만, 결국은 내부균열로 인한 결정적 고비를 넘지 못하고 멸망했다. 이 같은 내부적 요인과 달리 천재지변, 역병,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제3세계의 외침 또한 왕조의 흥망성쇠에 결정적으로 작용하곤 했다. 21세기 한국프로야구를 이끌어온 ‘삼성왕조’역시 어쩌면 이러한 대변혁기에 접어들었는지 모른다.

삼성은 선수단 구성과 프런트 역량, 인프라 및 재정능력 등 모든 분야에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가장 완벽한 팀이었다. 1980년대 해태는 절대강자였지만, 연고지 고교 출신 유망주 대부분을 스카우트할 수 있었던 당시 신인드래프트의 룰이 없었더라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챔피언의 자리를 지키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다. 1차지명 숫자가 줄어들고, 외국인선수 제도와 프리에이전트(FA) 제도가 도입된 이후 팍팍했던 해태의 살림살이는 곧 치명적인 약점이 됐다.

삼성은 달랐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이후 파격적인 지원은 다른 모든 팀 선수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많은 선수들이 야구장 뒤쪽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난로로 난방을 하며, 콘크리트를 굳힌 역기로 운동했다. 그러나 삼성은 이미 1990년 2군 전용훈련장인 경산볼파크를 개장했다. 해태의 전통을 이어받은 KIA가 2012년에야 전남 함평에 전용훈련장을 마련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22년이나 앞선다. 경기도 용인에 구비한 완벽한 재활센터, 국내 프로팀으로는 여전히 유일하게 해외에 장기간 사용권을 확보한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구장 등에서 엿볼 수 있듯 삼성의 구단 운영은 차원이 달랐다.

그러나 2016년에는 모든 것은 달라진다. 삼성의 현장 사령관 류중일 감독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큰 시련과 그 진폭을 알 수 없는 큰 변화 앞에 서 있다. 특히 해외원정도박으로 인한 임창용의 방출, 윤성환-안지만의 같은 혐의에 대한 경찰의 장기 수사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야수진 또한 전성기를 지나 한 살 한 살 나이를 더 먹고 있다. 그동안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던 FA(프리에이전트) 선수 처리 문제도 이제는 큰 변수가 될 듯하다. 대주주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구단 내의 공기 자체가 달라 보인다.

2011년부터 매해 겨울이면 축하인사에 답례하기 바빴던 류 감독은 최근 위로를 받고 있다. 선수 때는 수 없이 준우승의 아픔을 맛봤지만, 감독으로는 낯설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난제도 많다.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와그라노? 내가 불쌍해 보이나?”라고 농담을 하지만, 올 시즌 구상에 대해 말할 때는 한 없이 진지했다.




-2011년 처음 팀을 맡아 4년 연속 통합우승을 했고,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를 했다. 지난해 처음 한국시리즈에서 패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여전히 윤성환과 안지만의 전력화에는 의문부호가 따르고, 박석민(NC)의 이탈도 있었다. 지난 5년간 매년 1월 목표는 우승이었다. 올해는 어떤가?


“항상 1등만 하다가 준우승을 하니까 아쉬움이 너무 크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에도 우승의 기쁨은 항상 짧았다. 다음 시즌에 대한 고민과 계획이 더 컸다. 최근 변화가 조금 있었지만, 올해도 우승을 목표로 달려간다. 어느 때보다 할 일이 많고 바쁘다. 떠난 선수들이 워낙 많다. 전력공백을 빨리 메워야 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패한 뒤 전 선수단이 덕아웃 앞에 도열해 상대팀을 축하해준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시리즈에선 패했지만 깊은 품격이 느껴지는 장면이었고, 한국프로야구의 새로운 전통이 되길 바라는 사람도 많다.

“우승팀을 축하해주고 함께 박수치는 것이 예의고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했다. 항상 우승만 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1등과 2등의 차이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기를 바랐다.”


-임창용을 방출했다. 새로운 마무리를 찾는 게 가장 시급한 숙제인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선수들이 떠났다. 새 얼굴을 찾아야 하는 자리가 많다. 마무리투수 후보로는 안지만이 있지만, 차우찬도 생각하고 있다. 심창민도 역량이 있다.”


-안지만은 리그 최고의 불펜투수지만,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선발에서 큰 역할을 해줄 윤성환도 마찬가지다.

“답답하다. 일단은 15일 괌 스프링캠프 출발 때 함께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명단에는 넣어놓았다. 출발 전까지 상황 변화가 있으면 조절하려고 한다. 경찰이 많이 바쁘겠지만, 팀 입장에선 빠른 결과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다. 뭐가 정해져야 결정을 할 텐데….”

류 감독은 2011∼2013년 역대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꼽히는 오승환과 함께했다. 견고한 수비와 화끈한 타선은 류 감독의 색깔이었고, 오승환을 정점으로 한 ‘지키는 야구’는 2000년대 초반 김응룡, 선동열 전 감독의 유산을 슬기롭게 계승한 강점이었다. 2013년 우승 이후 오승환을 과감히 해외무대로 떠나보냈지만, 임창용이 국내로 복귀하면서 류 감독의 불펜은 굳건했다. 류 감독은 만약 안지만이 전열을 이탈한다면 지난해 탈삼진 1위를 차지한 차우찬까지 마무리 후보로 고려하며 지키는 야구를 꼭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균열은 마무리투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사진제공|대구시




-박석민이 FA로 떠났다. 지난 2년간 큰 활약을 해준 야마이코 나바로도 재계약하지 않았다. 삼성이 자랑하는 내야수비 재구축이 급하게 됐다. 주자 1루 상황, 보내기 번트 때 시프트로 주자를 2루서 잡아내는 삼성의 수비는 상대편이 큰 위협을 느끼는 숨은 무기였다. 번트를 대는 타자를 압박하는 박석민의 수비 공백은 예상보다 클 것 같다.


“새롭게 영입한 아롬 발디리스가 굉장히 안정적인 3루 수비를 할 줄 안다. 일본에서 오래 뛰었기 때문에 세밀한 야구 경험도 많다고 본다. 8년간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며 수비만큼은 확실히 검증됐다. 캠프 때 손발을 열심히 맞춰봐야겠다. 2루에선 조동찬이 큰 역할을 해줘야 한다. 김태완과 백상원도 있다. 수비에서 제 몫을 해주리라 믿는다.”


-박석민과 나바로는 각기 3루수와 2루수이기도 했지만, 팀의 확실한 중심타자들이었다.

“발디리스가 타석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줄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러나 중심에 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최형우, 이승엽, 채태인과 함께 중심타자 후보다.”


-이승엽은 그동안 6번에 배치해 본인의 부담도 덜어주고, 클인업 트리오의 뒤를 확실히 받치는 역할로 큰 효과를 봤다. 올해는 지난해까지와 달리 그 역할이 더 커졌다.

“맞는 말이다. 올해는 비중이 더 크다. 그러나 부담만 주지는 않겠다. 이승엽의 나이가 올해 마흔이다. 캠프에서 파워의 변화 등 세밀한 부분을 더 파악하고 본인에게 가장 맞는 역할을 맡길 생각이다.”


-신인왕 구자욱도 팀내 역할과 비중이 매우 커진 느낌이다.

“구자욱 선수 지난해 정말 잘해줬다. 올해 성장통도 있을 수 있지만, 본인의 더 큰 진가를 보여줘야 할 시기다. 더 큰 도약을 위해선 수비 포지션에서도 자신의 경쟁력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1루에는 채태인이 있고, 외야에는 배영섭과 박해민이 있다.”


-그동안 삼성은 ‘꼭 필요한 선수는 어떻게든 잡는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FA 전력 이탈은 그동안 삼성과는 거리가 먼 얘기였지만, 다른 구단들에는 장기적인 고민거리였다. 올 시즌 종료 후에도 FA 자격을 획득하는 핵심 전력(차우찬, 최형우 등)이 많다. 물론 오롯이 현장의 몫은 아니지만, 이에 대비한 역할이 있을 것 같다.

“금액이 안 맞아 떠나는데 어쩔 수 있나. 좋은 신인들도 많지만 이제 프로야구는 신인이 처음부터 맹활약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1.5군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열심히 노력해온 선수들이 많다. 그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을 잘 이끌어내며 떠난 선수들의 공백을 꼭 극복하겠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도 있다.”


-2016년 삼성의 또 한 가지 큰 변화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개장이다.

“최신식 야구장에서 팬들을 만난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야구장이 바뀐 만큼 전력적인 대비도 필요할 것 같다.


“팔각형 구조이기 때문에 외야가 직선이다. 그 영향으로 홈에서 좌·우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매우 짧다. 기존 대구구장보다 6m 정도 짧기 때문에 홈런이 굉장히 많이 나올 것 같다. 펜스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파울지역이 굉장히 좁다. 투수들에게 불리한 요소이기 때문에 펜스 조절이 필요한 것 같다. 또 한 가지는 이제 인조잔디가 아닌 천연잔디 구장이다. 대비하고 연습하고 준비할 것이 정말 많다. 선수들이 많이 떠났지만. 새 야구장에서 꼭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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