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민은 27일 개봉 예정인 영화 ‘로봇, 소리’ 그리고 조재현은 28일 개봉하는 영화 ‘파리의 한국 남자’를 통해 돌아온다. 이들은 각자 작품 속에서 잃어버린 ‘그녀’를 찾아 떠나는 한 남자를 깊이 있게 담아냈다.
● ‘로봇, 소리’ 이성민,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드라마 ‘골든타임’ ‘미생’과 영화 ‘방황하는 칼날’ ‘군도: 민란의 시대’ ‘손님’ 등 무대와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활약해온 이성민. 그는 첫 원톱 영화 ‘로봇, 소리’에서 친근하면서도 무뚝뚝한 아빠 해관으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로봇, 소리’는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 해관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을 만나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러한 기본 설명과 달리 ‘로봇, 소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게 방대하고 심오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낯선 로봇을 소재를 삼은 이 작품에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 문제를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전쟁, 국정원 그리고 전국민이 슬퍼했던 대참사까지 담겨 있다.
자칫 산으로 갈 수 있는 ‘로봇, 소리’에서 이성민은 전체를 아우르는 ‘감정 사공’ 역할을 한다. 그에게 집중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해관의 감정에 동화하게 된다. 이성민 특유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이번 작품에서도 통한 것.
이처럼 ‘로봇, 소리’는 ‘믿고 보는’ 이성민의 신작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이성민은 이 타이틀에 대해 ‘몸 둘 바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그는 최근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믿고 보는 배우’라니. 그것 때문에 미치겠다(웃음)”며 “물리적으로는 힘든 점이 없었지만 주연으로서 감당해야할 부담감에 힘들더라. 정말 많이 긴장되고 떨린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 ‘파리의 한국 남자’ 조재현이라는 배우의 힘
이성민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딸을 찾는다면 조재현은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내를 찾기 위해 파리의 가장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파리의 한국 남자’에서 어린 아내 연화를 잃은 남자 상호를 연기했다. ‘파리의 한국 남자’는 조재현과 전수일 감독이 ‘내 안에 우는 바람’과 ‘콘돌은 날아간다’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호를 중심으로 마치 다큐멘터리 식으로 흘러간다. 맹목적으로 아내를 찾던 상호는 아내가 아닌 여자를 상대로 한순간 욕망에 타오르기도 한다. 이같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상황의 연속임에도 납득할 만한 설명 따위는 없다. 불친절하다고 느낄 정도로 극의 모든 상황이 복잡하게 열려 있으며 엔딩 또한 모호하다. 최근 기자간담회 당시에도 마지막을 두고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추측이 쏟아져 나왔을 정도다.
이 열린 문 사이에서 중심을 지키는 문지기는 바로 조재현이다. 대중적이지 않은 예술영화라도 좀 더 관객에게 친숙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배우이기 때문. 조재현은 기자간담회 당시 “예술 영화는 개연성이 떨어지고 논리가 맞지 않더라도 작가의 상상력으로 커버가 된다. 이는 상업 영화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이런 독립 영화를 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취향도 있지만 내가 참여하면서 제작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독립 영화의 현실이 조금씩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이처럼 ‘주연’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견딘 이성민과 작가주의 작품을 자신의 스타일로 표현해낸 조재현. 작품에서 딸과 아내를 찾던 그들이 관객들에게서도 답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들의 ‘로봇, 소리’와 ‘파리의 한국 남자’는 각각 27일과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동녘필름·마운틴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