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이 잘 어울린다는 말에 KLPGA 시상식이 끝난 뒤 쑥스러움도 모른 채 혼자서 찍은 기념사진. 엄마 몰래 친구들과 다녀온 을왕리 바닷가는 시원하다 못해 추웠다. 아빠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갤러리 앞에서 한 컷(왼쪽 큰 사진부터 시계방향).
반드시 올림픽 출전
아빠와 두번째 약속
아∼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니….
시즌이 끝나고도 바쁘게 지냈다. 한국과 일본의 시상식에 참석하느라 몇 번이나 비행기를 타야했고, 도움을 주시고 축하해주시는 분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일도 빼놓을 수 없었다. 정말 많은 분들이 힘을 주셨고 그 덕분에 목표였던 상금왕을 이룰 수 있었다. 늘 느껴왔지만 새삼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다시 돌아봐도 2015년은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한 해였다.
시즌을 끝내고 맞은 겨울은 추웠다. 그러나 그 어느 해보다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가득했다. 예전 같았으면 쉬면서도 불안한 마음 때문에 골프채를 들고 몇 번씩 스윙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골프채를 잡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골프를 시작한 뒤로 이번처럼 편하게 휴식을 취했던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짧은 휴식이었지만 좋은 추억도 많았다. 가족들과 여행도 다니면서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언니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그런지 만나면 수다가 끝이 없었던 게 흠이랄까. 게다가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으니…. 한국엔 정말 맛있는 게 너무 많다. 그나저나 너무 먹기만 한 것 같아서 살짝 걱정도 된다. 으악∼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왜 이런 거야 ㅠㅠ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며칠 전부터 슬슬 걱정이 밀려왔다. 스윙을 제대로 할 수는 있을까 ㅎㅎ 코치님한테 혼나지는 않겠지 ㅋㅋ
이제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갈 때가 왔다. 미국으로 떠나기 이틀 전, 춘천에 계신 아빠를 만나고 왔다. 날씨가 추워져서 걱정했는데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어 계신 아빠를 보니 조금은 안도가 됐다. 상금왕 트로피를 보면 아빠가 제일 기뻐하셨을 텐데 그럴 수 없었던 게 가장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하늘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계실 거라고 생각하니 위안이 됐다.
돌아오기 전 아빠와 두 번째 약속을 했다. 이번엔 올림픽이다. “아빠. 저 꼭 해낼 테니 지켜봐주세요.”
비행기 안에서 핸드폰 속의 사진을 들춰봤다. 한 달 동안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행복했던 시간들이여 이젠 안녕∼
<미국 팜스프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