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 “‘순정’으로 상처받은 첫사랑 아름답게 치유했다.”

입력 2016-02-0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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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도경수는 ‘순정’을 촬영하며 고등학교 시절의 “결코 행복하지 않았던 첫사랑”을 떠올렸다. 그러나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은 순수함으로 가득하다. 스포츠동아DB

■ 영화 ‘순정’의 두 주인공|도경수·김소현

첫사랑의 기억이 선명한 도경수(23). 아직 첫사랑의 감정을 겪지 않은 김소현(17)이 24일 개봉하는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제작 주피터필름)에서 만났다. 그렇게 17살 소년소녀가 겪는 순수하지만 아픈 첫사랑을 함께 완성했다. 사랑을 소재 삼은 영화는 끊임없이 나오지만 ‘순정’은 기존 로맨스 장르와는 조금 다른 위치에 있다. 영화가 순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완성된 데에는 두 주연배우의 활약이 결정적이다. “촬영 3개월 동안 영화에서처럼 서로를 챙겼다”는 도경수와 김소현을 만났다.


슬프고 우울한 기억뿐…집착도 있었죠
줄곧 촬영장 막내였다가 첫 맏형 노릇
연기냐, 가수냐 택하라면 무조건 엑소


도경수의 첫사랑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찾아왔다. 지나간 첫사랑의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기 어렵다는 통념은, 또래 여학생과 교감한 도경수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첫사랑은 슬프고 우울한 기억 뿐”이라고 했다.

“집착도 조금 있었다. 그래서 내 첫사랑은 행복하지 않다.”

그런 경험 탓일까. 이제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편”이라고 말한다. “좋으면 좋다고 분명히 말한다”며, 그래서 ‘순정’에서 연기한 캐릭터와 실제 자신은 “조금 다른 성격”이라고 덧붙였다.

도경수가 처음 주연한 ‘순정’은 바닷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란 다섯 친구들의 우정과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1991년 17살로, 친구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지 않는 순수한 영혼들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그 자체다. 영화가 그린 첫사랑은 관객의 눈물을 자아낸다.

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에 대해 도경수는 “감정을 100% 표현하지 못했다”며 아쉬움부터 드러냈다.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이 꽤 높아 보였다. 세계를 누비는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로서, 누구보다 혹독하게 단련돼 온 덕분일까.

도경수는 엑소 멤버들 가운데 어린 축에 속한다. 지금껏 출연해온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에서도 나이가 어려 줄곧 막내였다. 그가 ‘맏형’의 위치에 올라보기는 ‘순정’ 현장이 처음이다. 상대역 김소현은 17살, 이다윗과 연준석, 주다영과도 두세 살 터울이다.

“리더가 돼야 한다는 마음이 아니라 형으로서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따랐다.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촬영이 끝나고 자주 만나 밥 먹고 어울리고 있다. 며칠 전에도 뭉쳤다. 하하!”

가수 겸 배우 도경수. 스포츠동아DB


도경수는 2014년 영화 ‘카트’로 연기를 시작했다. 엑소가 ‘으르렁’ 등으로 최고의 위치에 선 직후였다. 그의 연기 도전은 정상급 아이돌 스타의 갑작스러운 ‘외유’처럼 보였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엄청나게 봤다. 가수가 되고 경험을 더 쌓아 연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이렇게 빨리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연기 욕심? 굉장히, 많다. 그저 마냥 연기하고 싶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마음 편히 외출은 못 하지만 나름대로 얼굴을 감추고 자주 극장을 찾는다. 최신 개봉작 ‘레버런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극장에서 벌써 두 번이나 봤다.

“아픔을 지닌 역할을 많이 해왔는데 이젠 조금 달라지고 싶다. 누가 봐도 정말 나쁘다고 할 만한 배역. ‘레버런트’의 톰 하디처럼 비열한 인물에 욕심이 난다.”

설 연휴 도경수는 이틀간 부모와 명절을 보내고 9일 엑소와 함께 미국으로 출국해 북미 투어를 시작한다. 연기자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엑소이다.

“연기냐, 가수냐 택하라면 무조건 엑소다. 멤버들에게 피해 주지 말자는 생각이 최우선이다. 연기 활동이 엑소에 피해를 끼친다면 망설임 없이 (연기를)포기하겠다.”

손으로 빚은 듯 반듯하게 생긴 도경수는, 의외로 주관이 뚜렷한 남자였다. “인간적으로나 가수 혹은 연기자로서도 늘 멋있는 남자이고 싶다. 그게 삶의 목표”라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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