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뻔한 데이트 말고 특별한 소극장 공연 어때요?

입력 2016-02-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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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소녀와 인간의 사랑을 다룬 ‘렛미인’, 오로라가 보이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아홉 커플 이야기 ‘올모스트메인’, 뮤지컬계의 미생 ‘정글라이프’, 이범수와 고 이은주를 떠올리는 ‘안녕! 유에프오’, 어른이를 위한 뮤지컬 ‘난쟁이들’(위쪽 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신시컴퍼니·창작하는 공간·와뮤지컬그라운드·LSM컴퍼니·PMC프러덕션

■ 설 연휴·밸런타인데이에 여친 감동 시킬 공연 5選


1. 렛미인-뱀파이어 소녀를 사랑한 소년
2. 올모스트메인-아홉 커플 아홉개 사랑
3. 난쟁이들-야하고 웃긴 성인들의 동화
4. 안녕! 유에프오-동명 영화 감동 재현
5. 정글라이프-직장생활 애환 고스란히

설 연휴가 시작된다. 대체공휴일인 10일까지 5일간의 황금보다 귀한 휴가가 생겼다. 최장 9일짜리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니 부러울 뿐이다. 이번 연휴는 젊은 커플들에게 더욱 각별할 듯하다. 설 연휴와 밸런타인데이(14일)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남친들이여,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올해는 초콜릿 받고 그냥 넘어가기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뭔가 더 특별한 거 없어?’하고 눈을 반짝이는 여친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 1년 연애농사를 2월에 망칠 수는 없다. 그래서 공연이다. 여친의 마음을 아이스크림처럼 녹여주고, 살그머니 남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오게 만드는 마법의 공연들. 오늘 소개할 뮤지컬과 연극 5편은 이미 많은 연인관객들을 통해 그 ‘약효’가 검증된 작품들이니 한번쯤 믿어 봐도 좋겠다. 남친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가성비가 뛰어난 소극장 작품들을 골라 보았다.


● 영원한 사랑의 아이콘 뱀파이어 ‘렛미인’

연극 ‘렛미인’(원제 Let The Right One In·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영화가 먼저다. 스웨덴 버전(2008년)이 있고 미국 할리우드 버전(2010)이 있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10대 소년 오스카와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일라이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는 하칸. 외로운 두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 더 없이 매혹적이다. 늙어버린 남자의 소녀를 향한 사랑은 쓸쓸하면서도 잔혹하다. 수 백 년을 살아온 소녀 뱀파이어 역을 영화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이 맡아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무대가 참 예쁘다. 관객들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하얀 눈이 쌓인 숲. 숲은 거실이기도 하고 침실이 되기도 한다. 영원히 사는 뱀파이어는 묘하게도 커플들에게 인기가 높다. 인간의 피를 빨아 수 백 년 동안 생명을 연장해 온 괴물이기보다는 한 여인을 위해 긴 세월을 견뎌내는 저주받은 사랑의 화신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뱀파이어의 ‘뱀’자만 나와도 진저리를 치는 여친의 손을 억지로 잡아끌고 렛미인을 보러 갈 이유는 없다.

아름답지만 유쾌하고, 웃기면서도 쓸쓸한 사랑 이야기에 끌린다면 연극 ‘올모스트메인’(Almost Maine·대학로 상명아트홀1관)을 권한다. 오로라가 보이는 가상의 마을. 한겨울 금요일 밤 9시에 마을 곳곳에서 벌어지는 아홉 커플의 에피소드를 모은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다. 옴니버스극을 딱히 싫어하지 않는다면 올모스트 메인은 여러분의 촉촉한 사랑 위에 달콤 쌉싸래한 초콜릿을 얹어 줄 것이다. 성열석, 정선아, 이지해, 김지현, 정연, 박민정, 조풍래, 오위식, 신의정, 노수산나, 강연정, 강기둥 등 대학로의 젊은 연기파 배우들을 ‘쓸어 담듯’ 모아 놓았다. 아홉 커플이 등장하지만 돌아가면서 무대에 서기 때문에 선호하는 배우가 있다면 미리 스케줄 표를 확인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후반에 정선아 배우가 등장하는 스노모빌 라이더 커플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최근 tvN의 ‘꽃보다 청춘’에 아이슬란드의 오로라 장면이 나오면서 관객이 더욱 늘었다는 후문이다. 연극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작품은 현재 올모스트 메인이 유일하다.


● 달달한 게 지겹다면 어른이 동화 ‘난쟁이들’

“너무 달달한 건 지겨워”하는 커플이라면 뮤지컬 ‘난쟁이들(대학로 TOM1관)’이 있다. 동화를 비틀어 날리는 유쾌한 돌직구를 표방한다. 동화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 이야기에 상상력을 덧입혔다. 심지어 남자버전의 신데렐라를 만나게 된다. 살짝 야한 데다 뻔뻔스럽기까지 한 성인용 동화. ‘어른이 뮤지컬’로도 불린다. 신데렐라를 맡은 전역산의 연기가 눈길을 끈다. 백설공주는 최유하, 인어공주는 백은혜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춤 실력이 뛰어난 유연이 이번 공연에서 인어공주로 합세했다. 웃음와 유머를 아는 여친이라면 강추한다.

밸런타인데이에는 역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교과서다. 뮤지컬 ‘안녕! 유에프오(대학로 아트원씨어터1관)’라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국화꽃향기’ 등을 제작한 LSM컴퍼니(프로듀서 이성모)의 작품답게 특유의 사랑 냄새가 참 ‘예쁘게’ 난다. 2004년 개봉했던 이범수, 고 이은주가 출연한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었다. 어릴 적 유에프오를 통해 세상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는 선천적 시각장애인 유경(이지숙 분), 이상한 노래와 사연으로 가득 찬 방송을 트는 버스기사 상현(강기둥 분)의 이야기다. 영화를 봤던 사람이라면 2.7배쯤 더 감동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정글라이프(대학로 자유극장)’는 뮤지컬의 미생으로 불린다. 촉망 받는 장대높이뛰기 선수였던 동희가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고 식품회사 ‘정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성공만이 목표인 상무와 호랑이 여부장의 암투, 직원들의 치열한 줄서기와 밥 먹듯 하는 배신. 한 마디로 ‘사회생활은 정글 라이프’라는 메시지가 선명하다. 자신의 직장생활 노고를 여친에게 넌지시 전하고 싶은 남친이라면 밸런타인데이에 선택해볼 만한 작품이다. 메시지를 떠나 지루할 틈 없는 스토리 진행, 음악과 퍼포먼스도 빠질 게 없는 멋진 뮤지컬이다. “자기, 고생이 많지?”하며 문자 몇 번 답장하지 않은 중죄(?)를 여친이 눈 감아 줄지도 모른다. 물론 “너만 회사에서 고생해? 나도 만만치 않거든!”하고 역공을 당할 수도 있으니 신중할 것. 섹시한 여사원 하예나 역은 영화로도 익숙한 한다은과 걸그룹 LPG출신의 한수연이 맡았다. 피부처럼 쫙 달라붙은 의상을 입은 하예나의 몸매에 1초 이상 눈길이 머물지 않는 것도 ‘여친님’과의 필수 공연 관람매너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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