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막장’만 잘 나간다

입력 2016-02-1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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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유산’-‘왔다! 장보리’-MBC 주말 드라마 ‘내 딸, 금사월’(왼쪽하단에서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MBC

■ 최악의 막장 코드

‘내 딸, 금사월’ 등 최근 3년간 4개 작품 시청률 30% 넘어
극단적 악행·어처구니 없는 전개…자극적 소재의 홍수
이외 드라마 성적은 저조…시청자와 소통 외면 지적도


MBC 드라마는 ‘승승장구’다. 단, ‘막장’ 소재를 다룰 때만 그렇다. 최근 3년 동안 시청률 30%(닐슨코리아)를 넘어선 MBC 드라마를 살펴보면 그런 지적은 더욱 정확하다. 구현숙 작가가 집필한 ‘백년의 유산’과 ‘전설의 마녀’, 김순옥 작가의 ‘왔다! 장보리’와 현재 방송 중인 ‘내 딸, 금사월’.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무대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 딸, 금사월’은 13일 34.9%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사와 제작진은 웃고 있을지 모르지만, 시청자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어처구니없는 이야기 전개와 황당무계한 설정은 실소를 자아낼 뿐이다. 불에 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인물(송하윤)이 살아 돌아오고, 여주인공 금사월(백진희)을 향한 남자(윤현민)의 이해할 수 없는 갑작스런 변심, 생모(전인화) 앞에서 원수와도 같은 남자(손창민)의 어머니(박원숙)를 두둔하는 금사월의 모습 등이 딱 그렇다. 그 어디에도 시청자와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아예 대본을 보고 연기하는 출연자들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시선까지 등장하고 있다. 37.3%의 시청률을 기록한 ‘왔다! 장보리’의 ‘막장’ 세기가 오히려 양반이었다는 조롱 섞인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막장’의 이야기가 주말 저녁 가족 시청 시간대를 장악해왔다는 점이다. ‘내 딸, 금사월’ 이전에 이미 ‘왔다! 장보리’를 비롯해 ‘전설의 마녀’와 ‘백년의 유산’이 있었다. 외형상 가족의 울타리를 설정으로 하지만 이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온갖 악행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물들과 그들에게 휘둘림 당하는 선한 인물들의 갈등이라는 극단적이면서도 단선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또 정작 치열하게 타 방송사와 시청률 경쟁을 해야 할 주중드라마 시간대에서 MBC의 성적은 저조하다.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은 ‘명품’이라는 수식어를 잃은 지 오래고 간신히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수목드라마 ‘한 번 더 해피엔딩’은 SBS ‘리멤버’에 밀려 6%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킬미, 힐미’와 ‘그녀는 예뻤다’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인기작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진정한 재미와 감동을 외면한 채 시청자와 소통을 차단하고 자극적인 소재들을 마구 쏟아냄으로써 방송사가 시청률 올리기에만 혈안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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