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드라마 속 ‘금수저 망나니’들이 전하는 메시지

입력 2016-02-1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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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DA:다] 드라마 속 ‘금수저 망나니’들이 전하는 메시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에서 파생된 ‘금수저’. 부모의 재력과 능력이 너무 좋아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풍족한 삶을 누리는 자녀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들에서 그려지는 ‘금수저’들은 전혀 부럽지 않다. 오히려 분노를 자아낸다. 시청자들은 이들을 ‘분노유발자’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인물은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에서 남궁민이 맡고 있는 남규만이다. 극 중 남규만은 ‘분노조절 장애’를 지닌 재벌 2세다. 일호그룹의 후계자인 동시에 ‘서촌여대생 강간살인사건’의 진범이다.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최근 방영분에서 그에게 등을 돌린 친구이자 비서실장 안수범(이시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규만은 ‘분노조절 장애 지질이’이자 망나니다. 향응을 좋아하고 마약과 폭력은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범죄 행위들이다.

이 모든 잘못은 아버지 남일호(한진희) 회장의 왜곡된 자식사랑에서 시작된다. ‘아들바라기’ 남 회장 역시 횡령과 비리를 일삼는다. 그 과정에서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겠다는 일념이 ‘금수저 망나니’라는 최악의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런 ‘사회적 돌연변이’는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에서도 나타난다. 극 중 ‘대도사건’의 진범이자 신다혜(이은우)의 친구 김지희 살인용의자 한세규(이동하) 역시 소위 ‘금수저’로 통한다.

한세규는 1995년 ‘대도사건’ 당시 진범으로 잡혔으나, 지검장인 아버지의 도움으로 쉽게 풀려난다. 충격적인 사실은 그가 ‘대도사건’을 벌인 진짜 이유다. 마약은 물론 연예인 지망생들과 성접대를 즐겼던 한세규는 자신의 ‘성관계 동영상’을 감추기 위해 ‘대도사건’을 벌였다.

여기에 ‘성관계 동영상’ 속 여성인 신다혜가 ‘대도사건’ 당시 정재계 비리 문건이 담긴 장물을 훔치자, 그녀를 살해한다. 살해당한 이는 신다혜가 아닌 그의 친구 김지희였지만, 한세규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20년간 그에게 처벌은 없었다. 기가 막힌 것은 그의 직업이 변호사라는 것이다. 죗값을 치러도 모자랄 ‘금수저 망나니’가 누군가의 법리해석을 돕고 변호하는 법조인의 삶을 살고 있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작가나 연출자들은 이런 금수저 망나니들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걸까. 이들은 드라마의 흥행을 위한 가상 인물에 불과한 것일까.

이에 대해 한 방송관계자는 “드라마는 허구의 세계다. 그럼에도 현실을 반영한다. ‘리멤버’와 ‘시그널’은 그런 점에서 적절히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사회의 부조리를 비꼬는 작품들에는 사회적으로 높은 신분을 지닌 사람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회적 돌연변이만을 욕할 것이 아니라 그들로 인해 고통 받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삶을 헤아려야 한다. ‘우리가 저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지’를 떠올리면서 드라마를 봐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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