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한국영화 CG의 신화 ‘은행나무침대’

입력 2016-02-1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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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2월 17일

국내 영화산업이 활성화하면서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특히 각종 흥행 기록도 쏟아져 나온다. 이는 한국영화사의 한 페이지에 남아 오래도록 기억된다. 이처럼 한국영화사는 그동안 갖은 기록을 담아왔다.

그 가운데 1996년 오늘 개봉한 ‘은행나무침대’ 역시 중요한 작품으로 씌어 있다. ‘은행나무침대’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영화사에 남은 영화다.

우선 컴퓨터그래픽(CG) 영상기술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영화다.

한국영화에서 CG를 처음 도입한 영화는 1994년 7월 정우성과 고소영이 주연해 개봉한 ‘구미호’이다.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고 그 영상기술 역시 기대감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지만 그 호기로운 ‘첫 시도’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제작사 신씨네는 ‘구미호’의 성과와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나무침대’를 통해 영상기술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여전히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할리우드 영화 등 외화만이 가능할 것 같았던 영상기술의 묘미를 일깨운, 본격적인 첫 영화로 꼽힌다.

영화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게임의 법칙’ 등 시나리오를 쓴 작가 출신 강제규 감독의 데뷔작으로, 한석규와 진희경, 심혜진, 신현준이 주연해 시공을 초월한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판타지 멜로물이었다. 전생과 현생을 오가는 이야기의 틀 안에서 CG를 활용한 영상기술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또 ‘은행나무침대’는 금융자본을 처음으로 한국영화로 끌어들인 작품이다.



신씨네는 당시 17억원의 제작비를 벤처 캐피탈인 일신창업투자로부터 투자받았다. 창투사가 영화에 제작비를 대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한국영화의 수익성에 대한 금융자본의 기대가 컸던 셈이다. 이후 금융자본은 1990년대 초반 삼성과 대우 등 대기업 자본과 함께 한국영화의 산업화를 이끈 중요한 물적 토대가 됐다.

결국 영화는 그해 흥행 2위에 오를 만큼 성공을 거두었다. 아름답고도 진한 여운을 오랫동안 남기는 사랑 이야기는 좀 더 진척된 기술적 완성도에 얹혀져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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