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에 어제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충무로가 사랑하는 ‘천만 요정’ 오달수가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오달수는 17일 오전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대배우’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오달수를 비롯해 이경영 윤제문 그리고 ‘대배우’를 연출한 석민우 감독이 함께했다.

충무로의 ‘천만 요정’ 오달수의 첫 단독 주연작 ‘대배우’는 20년째 대학로에서 연극만 하던 ‘장성필’이 새로운 꿈을 쫓아 영화계에 도전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공감 코미디 영화다. 박찬욱 사단 출신 석민우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오달수와 더불어 윤제문 이경영 등이 지원 사격했다.


‘장설필’을 연기한 오달수는 “나는 사람인데 자꾸 사람들이 요정이라고 하니까 나도 요정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별명을 붙여준 것에 대해 감사한데 ‘천만 요정’이라고 생각하니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는 “물론 관객이 많이 들면 감사하다. 그러나 작품이 잘 될 수도 있고 못 될 수도 있다. 흥행에는 운도 따라야 한다. 주연으로서 부담감에 있다”며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1990년 극단 연희단거리패 입단, 배우 생활을 시작해 현재 명실상부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로 우뚝 선 오달수. 그에게 첫 원톱 영화를 안긴 것은 박찬욱 사단의 조감독으로 활동했던 석민우 감독이었다.

석 감독은 “조감독으로 8년, 시나리오 준비에 5년이 흘렀다. 나는 내가 감독이 될 것이라고 현실적으로 꿈꿔본 적이 없었다. 긍정적인 생각을 못했다”며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그러나 돌아보니 ‘포기하지 않고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석 감독은 영화 ‘올드보이’(2003)의 인연으로 오달수에게 ‘대배우’를 제안했다. 그는 “‘올드보이’ 때 오달수와 처음 만났다. 오달수가 박찬욱 감독님 영화에 자주 출연하다 보니까 2년에 한 번은 만난 것 같다”며 “영화에 짧게 나오는 게 아쉬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달수가 나오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오달수에 대한 존경심으로 ‘대배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대배우’에서 국민 감독 ‘깐느 박’을 연기한 이경영 또한 오달수를 높이 평가했다.

이경영은 “내가 감독이라도 오달수를 무조건 캐스팅할 것 같다. 오달수의 눈을 보면 도화지 같다.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그는 “‘암살’ 때 최동훈 감독과 이야기하다가 ‘오달수라는 배우가 왜 좋으냐’고 물어봤다. 최 감독이 ‘오달수는 누구도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 말에 담긴 여러 의미를 숙소에 와서 생각해봤다”며 “나는 과거 누군가를 이기려고 한 적이 있는데 ‘요정’은 달랐다. ‘인간계에 사는 나와는 정말 다르다’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에 오달수는 “과찬이다”라며 “상대가 돼야 이기는 건데 나는 비교가 안 된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대배우’가 무엇인지는 죽기 10분 전에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감으로는 알 것 같다. 내 마음 속으로는 묵직한 무언가가 있다. 그러나 이것을 말로 표현한다는 게 버거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벼움 하나 없이 묵직하고 진중한 발언이었다. 배우로서 끊임없이 고민한 지난 26년의 세월이 느껴졌다. 가슴 속에서 우러난 오달수의 뜨거운 고백이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까. 믿고 보는 오달수가 이경영 윤제문과 함께 관객들에게 전하는 ‘대배우’는 3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