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순정’ 박용우 “사랑? 여전히 설레는 사람 찾고 있죠”

입력 2016-02-23 15: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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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람이 만들어 낸 감정이 아니에요. 태어날 때부터 칩처럼 모두에게 심어져 있죠.”

배우 박용우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느덧 40대에 접어든 나이, 남들은 철없다고 하지만 그는 여전히 사랑이 있다고 믿고, 사랑 앞에서 솔직하려고 한다.

박용우는 영화 ‘순정’에서 냉철하고 까칠한 라디오 DJ 형준 역을 맡았다. 하지만 그는 출연 제안을 몇 번이나 고사했다. 영화 속 순수한 감정을 자신이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순정’은 새파란색 같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새파란색의 이미지는 하늘이죠. 하늘은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거나,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해석할 수 없는 진실에 가까운 거예요.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할 순 없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칩처럼 심어져 있는 거죠.”

박용우가 영화를 몇 번이나 거절했던 이유도, 끝내 승낙한 이유도 모두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이었다.

“저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계산하게 되고 억누르게 되니까 (영화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중요한 감정들이 흘러가지 못하게 막고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스스로 진지하게 고민했죠. 하지만 그런 감정들이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됐고, 직접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는 끝내 ‘순정’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연기경력 20년이 넘은 배우 박용우에게도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영화 말미 오열신에 대해 그는 “그 신이 부담스러워서 영화를 거절한 이유가 컸다. 그 짧은 순간으로 영화 전체가 이해될 수 있어야 하니까. 전체 주제를 다 표현하면서도, 꾸미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울어야 했다. 정말 어려웠다”라고 털어놨다.

”다 찍고 난 뒤 스태프들을 제1관객으로 생각하며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고 감정을 나눴어요. 오히려 찍고 나서는 즐거웠죠. 이런 경험은 정말 처음이었어요.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좋았죠.”

연기에 대한 애착이 크지만 박용우는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배우다. 흔히 요즘 말하는 ‘다작하는 배우’가 아닌 것. 아니 하다못해 ‘다작’이 아니더라도 그의 필모는 손에 꼽는다. 오죽하면 팬들이 “SNS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할 정도.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인데 속도나 물량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좀 더 내가 원하는 감정에 다가서고 싶은 거죠. 그게 꼭 뛰어난 작품이나 좋은 작품을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모든 작품이 고생하고 노력해서 나온 작품이니까요. 제 본능과 진심에 솔직하고 싶고, 그런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먼저 찾는 것 같아요. 또 가능하다면 저를 원하는 배우들, 저를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적잖은 사람들이 유부남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박용우는 아직 엄연한 싱글. 그렇다면 박용우의 실제 연애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에휴”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독신주의자는 아니에요. 점점 나이가 들수록 사랑이 최고라고 느끼고 있죠. 꼭 연인간의 사랑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요즘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분이 생긴다면 정말 감사하죠. 진짜 잘해줘야지.”(웃음)

주변에서는 ‘제정신이냐’ ‘철없다’며 그를 만류하지만 박용우는 여전히 사랑을 믿고 있고 가슴이 설레는 사람을 찾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그는 꾸밈없고 솔직했다. 그는 “정말 슬픈 일이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80대도 설렐 수 있는데 사람들은 미쳤다고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했다.

“저는 종교가 있어서도 그렇지만 텔레파시도 믿고, 외계인도 믿어요. 사랑 역시 마찬가지죠. 눈에 보이진 않지만 단어로서 존재해서 믿는 게 아니라 실제적으로 감정이 있어서 믿는 거예요. 사람이 만든 게 아니죠. 사람이 만들었다면 이미 사라졌거나 변질되어서 또 다른 이름으로 불려졌을 거예요.”


1994년 MBC 2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박용우는 연기경력 20년을 넘긴 베테랑 배우다. 이제는 자연스레 ‘미중년’이라는 꼬리표가 그를 따라다니지만 박용우에게 있어서 가장 순수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낯선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것을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또 그 사랑을 나눠주고 싶다는 박용우는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과 신념을 지닌 채 배우로서도, 한 남자로서도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흔히 ‘꼰대’라고 말하는, 자기 안에 갇혀있는 사람,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요. 어느 순간부터 사람은 아는 척을 하려고 해요.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삶에 대해 알겠어요. 안다고 착각하는 거죠. 저는 가능하다면 평생 연기하고 싶은데 마지막 그 순간까지 계속 공부하고, 질문하고, 궁금해 하고 싶어요. 배우로서도 후배나 선배에게 격식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고요. 사람들에게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궁금해 하고, 철들지 않는 배우로 기억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요?”

동아닷컴 김미혜 기자 roseli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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